2012. 12. 6. 02:13

일을 안 할 거면 차라리 잠을 자.
해야 한다는 마음 때문에 괜한 인터넷 서핑하며 잘 시간 늦추지 말고.

시작조차 못해 엄두가 안 난다면
근데 그게 밤이고 새벽이라면
일단 자.

내일의 나에게 건투를 빈다.


Posted by duun


1. 자꾸만 사람들이 슬프다.
사람을, 시간을, 과거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슬퍼.

어쩌면 내가 스스로를 슬퍼하는 걸지도. 슬픔의 투사.



2. 내게 바다는 어떤가.

가장 강렬했던 바다는 '교복을 벗고' 찾아간 g와의 긴 기차여행 후 시리도록 찼던 겨울.
아마도 나의 첫 바다일 거야.
가장 아름다웠던 바다는 늦봄 제주도의 투명한 보석빛.
아무도 없는 아담한 해변에서 그 거대한 아름다움에 울컥한 기억 같은 건
다신 내 생에 찾아오지 않을 것만 같다. 

기억들을 더듬어 보니 각 바다마다 자그마한 추억은 다 있네.
나의 바다. 가장 그리운 추억은.



3. 지난 일주일이 참 길었다.
무언가 끝난 직후엔 시간이 참 안 가.
그리고 더딘 시간에 안달하고 있다 보면 시간은 금세 달려가 있겠지, 늘 그랬던 것처럼.

내가 좋아하는 이동진 평론가는
하루하루는 성실하게, 인생 전체는 되는 대로 살겠다는데
나는 부끄럽게도 그 반대인 것 같다.



4. 내가 가장 관심있는 건 나.
그리고 너.
이거면 동기로는 충분하지 않나.



5. 지금껏 경제적인 문제에서 한 번도 온전히 자유로운 적은 없었지만
그래도 늘 숨통 틔울 곳은 있었다.
그게 비상금이든 다음 달 월급이든 엄마든.

이젠 달라졌다.



6. 경제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많은 부분에서
결정적으로 마지막에 기댈 곳이 있다는 게
어쩌면 덜 치열하고 덜 확실하고 조금은 무기력한 태도를 갖게 했다는 생각.
  


7. 오늘 비쥐엠은 루시드 폴.
'다같이 무기력했던 우리 고3의 바다'


Posted by duun

시1

2012. 9. 22. 01:21


나의 청춘에 대해 생각한다.
내 여름의 절정은 어디였을까.

어디론가 향하는 발걸음도
누군가를 갈망하는 눈빛도
나와는 상관없이 생겨났다 없어져 버리는 감정들도
그 무엇도 주체할 수 없었던 시절.

흔적도 없이 공기 속에 녹아 버리거나
차라리 부풀고 부풀어 터져 버리는 게 나을 것 같던 그 시절.

누구나 가슴 속에 하나쯤은
팔팔 끓는 풍경 하나 갖고 있겠지.
그리곤 데워진 마음으로 오래오래 따뜻하게 살겠지.

한때 빛나던 기억으로 이제는 환하게.
그때 뜨겁던 추억으로 지금은 따뜻하게.


Posted by duun

낯선 계절감

2012. 9. 22. 01:17

아무 생각 없는 진공 상태에서
문득 계절감을 만나면
나는 늘 낯설어진다.

거실의 큰 유리창 너머로
아파트 단지 나무들을 볼 때 특히

저 파란 나무들이 이제 더 파래질 때였나
아니 곧 빨개질 때였나

저 앙상한 나무들이 이제 연둣빛 새순을 토해낼 때인가
막 말라버린 낙엽을 떨어뜨린 때인가

오늘은 시리도록 차가운 사진을 보면서 생각했다.
아아 겨울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

..... 근데 지금이 겨울을 기다리는 땐가
겨울을 막 벗어난 땐가


Posted by duun

으앙

2012. 9. 19. 23:53

블로그를 예전 배경으로 바꿔 봤는데
너무 그리워서 으앙 울고 싶을 정도다.

마음이 참 느리게 움직인다.
새로운 것도 밝고 환해서 좋았는데

미련일까
때가 되면 변하는 게 자연스러운 거고
가야 할 때가 언제인지를 알고 가야 뒷모습이 아름다운 건데


휴 잠깐만
좀만 더 해볼게
아직 끝장을 안 봐서 그런가 봐

블로그 배경처럼 쉽게 빽할 수 있으면 참 좋을 텐데, 내 인생도
그럼 뭐에든 미련 같은 거 안 남길 수 있을 것 같은데

Posted by duun

오늘은 막막한 날인가 보다.
사실 오늘만은 아니지만 이렇게 써 놓으면 내일부터는 안 막막할 수도 있으니까 오늘은 이다.

오늘은
소설가의 좋은 글과 문장을 보며 막막하고
심리학으로 잘 먹고 잘 사는 사람들을 보고 막막하다.
막막함을 같이 나눌 친구를 찾으며 막막하고
과거를 돌아보며 막막, 미래를 상상하며 막막, 오늘은 그렇다.


영화감독 친구에게 물었다.
너무너무 훌륭하고 좋은 영화를 볼 때나
똑똑하고 능력 있고 많이 아는 영화인을 만날 때
무지막지하게 어렵고 재미없는 영화 이론 교재를 읽을 때
넌 막막할 때 없니.


그가 내게 대답했다.
나는 정말 멋지고 좋은 영화를 만들 자신이 있어.


Posted by duun

 


방을 정리하면 삶을 정리할 수 있다는 이야기에 이끌려 산 책.
<인생이 빛나는 정리의 마법>. 제목은 자기계발서적 느낌이지만,
어쨌든 이 책 덕을 톡톡히 봤다.



일본의 정리 컨설턴트(첨 들어봤다. 역시 직업의 세계는 무궁무진)인
저자가 내세우는 정리의 기준은 바로 '설렘'이다. 아 참신해!
물건을 만져 보고 설렘이 느껴지는 물건만 남길 것. 심플한 핵심이다.


 

 

 
정리의 첫 번째 단계는 '버리기'다.
저자는 '의류-책-소품-추억의 물건' 순으로 정리하기를 추천했지만, 나는 책부터 시작.
(의류는 간절기 때 어차피 정리하니까 그때 제대로 하기로 하고.)
알라딘 원클릭 방문매입 서비스로 안 보는 책들을 팔았다.
미리 신청하면 책 담을 가방도 보내주고, 인터넷으로 신청만 하면 택배기사님이 와서 가져가신다.
그 편리함에 몇 번이나 감탄.





책을 만지면서 오로지 '설렘'에 대해서만 생각했다.
그 기준으로 추리고 나니 거꾸로 내가 뭘 좋아하는지가 선명해졌다.
좋아하는 것들만 모아 놓자 자꾸 들여다보고 자꾸 꺼내보고 싶은 책장이 되었다.




다음은 소품류.
정리 후 제일 뿌듯한 공간인 화장대.
화장품, 학용품 등의 소품은 '설렘 기준'을 잘 적용하지 못했다.
소품은 '필요'라는 기준이 너무나 확실해서.




이젠 서랍에서 뭔가를 꺼내쓸 수 있다...!





책상도 깔끔해지고.





정리한 곳 중 두 번째로 맘에 드는 공간.
난 뭐든 비어있는 게 제일 마음이 편한 것 같다.
연필꽂이는 고등학교 미술 시간에 만든 것. 서랍 속에 숨어 있었다.


 


제대로 한 번에 모든 정리를 끝내고 나면, 살면서 다시는 정리할 필요가 없다고 한다.
물건에 제자리를 찾아주었으니 쓰고 난 후 제자리에 두기만 하면 된다.

방 상태가 마음 상태를 나타내준다고도 한다.
마음이 어지러워 주변 공간에도 될 대로 되라 식이었던 때가 있었고
그런 방을 보며 심란한 적도 많았다.

지금
일단 방을 정리하고 나니
내 삶이 조금 더 마음에 들어졌다.

 

 

 

Posted by duun

생각한다

2012. 8. 29. 13:00
생각한다. 생각한다. 자리를 뜬다. 더 이상 생각하고 싶지 않다. 생각이 난다. 생각한다. 생각하고 싶지 않다. 시간을 죽인다. 생각을 죽인다. 다시 생각한다. 생각이 이어지지 않는다. 괴로워한다. 자책한다. 잔다. 꿈꾼다. 꿈속에서 생각한다. 깬다. 누워서 생각한다. 밥 먹는다. 생각한다. 소화가 되지 않는다. 답답해한다. TV를 본다. 생각하지 않는다. TV를 본다. TV를 본다. 머리가 아프다. TV를 끈다. 눈이 아프다. 눈을 감는다. 눈물이 흐른다. 또다시 생각한다. 여전히 생각이 나아가지 않는다.
Posted by du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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