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5. 7. 3. 10:18


'어떻게' 살 것인가

를 조금 더 고민하고 정리해보자


'무엇을' 하며 살 것인가

에만 유독 집착해왔던 지난 날

여전히 답을 찾기 어려우니



그리고

내가 한국이 싫은 이유는 무얼까

추상적이고 광범위한 관점과

구체적이고 개인적인 관점에서 둘 다

이것도 생각해봐야지

그래서 내가 해외생활에서 기대하는 바도



- 장강명, <한국이 싫어서>를 읽고

Posted by duun

-

2015. 6. 24. 17:36


글을 쓰고 싶은데 아니 글을 쓴다는 말은 좀 쑥스럽기도 민망하기도 하니(민망함을 무릅쓰고 말하던 때도 있었는데 아마 블로그 포스팅을 자주 하던 때겠지) 음 뭔가를 끄적이고 싶은데 왜 잘 안 될까. 예전에는 행복하면 안 쓴다고 생각했고 그 후에는 바쁘면 안 쓴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행복하지도 바쁘지도 않은데 왜.


요즈음의 삶에는 많은 분노와 좌절이 직간접적으로 있고 또 무기력과 자괴감이 기본적으로 깔려 있는 정서 상태이다. 벗어날 수 있을 것 같은데 벗어나지 못하는 나를 보는 게 가장 답답하다.


오랜만에 <연애시대>를 보면서 나에겐 행복이 어떤 느낌일지 생각한다. 은호는 '깔깔 웃는 것?' 이라고 답했고 심리학과 교수님은 할아버지 이불을 미리 뎊혀드리려던 어린 시절의 차가운 광목이불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 얘기를 들은 은호가 떠올린 행복의 순간, 동진과 동이와 함께 하던 은호를 보면서 좀 울었다. 행복 이라고 했을 때 떠오르는 상상과 기억은 다를 것이다. 나는 어떤가.



Posted by duun

-

2015. 5. 13. 11:53


무의미하더라도

아무래도 좋을 일들로 가득하더라도,


제대로 생각하고

따뜻한 밥을 나누며 사는 것.


그리고 어떤 것에는 전심전력 하는 것 그런 삶.


- 황정은, <계속해보겠습니다>를 읽고



Posted by duun

-

2015. 4. 27. 11:21


완전히 변해버린 일상이 낯설어

결혼해서 나한테 좋은 게 뭐가 있냐는 극단적인

투정과 한탄 일삼다가도


어두운 밤 손 잡고 동네를 산책하거나

외출했다가 같은 집으로 돌아오는 순간들엔

.


참 좋다, 하는 순간들이

차곡차곡 쌓여 나가길




Posted by duun

-

2015. 4. 10. 11:54


그니까 나는

내 앞에 앉아 있는 사람이 원할 것 같은 말을 하는 게 아니라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내 생각과 감정을

간단명료하면서도 잘 이해될 수 있게

말하고 싶은데

그게 잘


내 생각을 a부터 z까지 얘기해야 상대가 날 이해해줄 것 같고

내 말이 혹시 상대를 불편하게 할까 하는 우려

내 말에 상대가 반박한다면 난감할 거 같은

마음들 때문에


이러다 진짜 나 없어지는 거 아냐

남이 원할 것 같은 말만 할 수 있는 사람 정말 끔찍하다

누구보다 나로 살고 싶다는 다짐은

그러고 있지 못하다는 걸 보여주는 방증인가



Posted by duun


 그와의 시작에서 나는 강한 사랑을 하겠노라 다짐했다. 그 마음처럼 강한 사랑을 했기에 지금 여기의 우리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한 건 많은 시간과 많은 말들 앞에서 꾸준히 노력했다는 것이다. 평소의 나는 종종 쉽게 포기하고, 자주 자동적으로 비관적인 생각을 하며, 대체로 부정적인 방향으로 일반화시키는 경향이 있다. 그 때문에 놓친 수많은 순간들을 떠올리면 그저 아득해질 뿐이다. 그렇게 과거의 실패를 되새기며 사랑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 이제는 사랑에 빠지는 것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는 걸 안다. 마음이 어디로 움직이는지는 내 소관이 아니오 라며 내 감정을 손놓고 방관할 만큼 무책임하지도 않다. 그러나 스스로 강해지자는 다짐이 가끔은 상대에게 강함을 요구하는 어리석음으로 변질되기도 했다. 그와의 적당한 선을 유지하려는 마음과 나의 깊은 치부를 보여주고 어루만져지길 바라는 욕구 사이에서 헤매기도 했다. 우리의 관계는 분명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해왔다. 특정 시기의 우리를 이후에 그리워하기도 하고, 어느 시기에는 당시 우리의 관계가 완벽하다고 느끼기도 했다. 그리하여 지금 우리는 이 곳에 왔다. 여기에서 나는 그와 함께 서로의 등을 토닥이며 말하고 싶다. 지금까지 잘 해왔다고. 

Posted by duun

-

2015. 2. 1. 13:28


일요일 아침.


일어나서 창문을 활짝 열고 환기 시킨 후

청소기 돌리고 다림질 하고

계란찜을 만들어서 아침을 먹었다.


그리고 빨래를 개고 빨래를 널고

과일을 먹으며 컴퓨터로 할 일을 한 뒤

점심을 위해 쌀을 씻고 안쳤다.

밥 짓는 냄새가 구수하다.


예전에는 널려 있는 빨래들이

바깥 풍경을 방해하는 너저분한 거였는데

지금은 깨끗이 빨아진 내 집안일의 하나로

보면 마음이 개운해진다.



여전히 이 곳에서의 홀로 시간이

조금 외롭고 쓸쓸하긴 하나

이 집이 무척이나 마음에 든다.


오늘 또 다른 사람들을 부러워했지만

어쩌면 나도 이 집에서 내가 원하는 걸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조금 더 편안하게

주부의 일상을 살아보자.

그렇게 지내더라도 나는 엄마처럼 되지 않는다.


괜찮다.



Posted by duun

-

2014. 7. 18. 00:00


나는 나 혼자만의 시간이
너무나 절실한 사람이란 걸
새삼 느끼면서

동시에
셀 수 없이 많은 날들 동안
굶주려왔다는 걸 깨닫는다

언제나 그렇듯
즉흥적인 맘으로 갖게 된
오늘 단 몇 시간의 홀로 자유 시간이
꿀처럼 달콤하면서도
목말랐던 건

단 몇 시간으로는 채울 수 없는
길었던 갈증 탓이겠지


오늘을 자꾸 꺼내봐야지
그같은 시간이 있어야
내가 더욱 내 맘에 든다는 걸
알고 있다





+ 그랬던 오늘 한 생각은,
내 이십대 초반을 돌아보게 만드는 영화 <프란시스 하>를 보며
가슴 아리게 고민했던 그때 이 영화를 봤으면 좋았을 텐데
아니 그땐 봐도 몰랐을 수 있어 지금이라 보이고 느껴지겠지
그래도 나 정상적인 발달단계 거쳐왔나부다 애썼고 잘하고 있어

완전한 관계가 아니면 의미없다고 여겼던 과거의 절망을 지나
그게 자연스러운 작은 관계들에도 저마다의 가치를 둔다
작지만 충분한 관계 속에서 위로하고 위로 받는다
하고 싶은 일에서 한계를 인정하고 타협하고 그럼에도 꾸준히 열망하고 행동하며
그렇게 자기 삶을 산다



++ 그리고 아 논문 열심히 해야지





Posted by duun

카테고리

모두 (186)
일상의 몽상 (146)
글이 되려는 글 (4)
보고 읽고 느끼고 (28)
행복, 주관적 안녕감 (4)
연습장 (0)
작문 (4)
여성주의상담 (0)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최근에 받은 트랙백

달력

«   2024/04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