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자꾸만 사람들이 슬프다.
사람을, 시간을, 과거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이 슬퍼.
어쩌면 내가 스스로를 슬퍼하는 걸지도. 슬픔의 투사.
2. 내게 바다는 어떤가.
가장 강렬했던 바다는 '교복을 벗고' 찾아간 g와의 긴 기차여행 후 시리도록 찼던 겨울.
아마도 나의 첫 바다일 거야.
가장 아름다웠던 바다는 늦봄 제주도의 투명한 보석빛.
아무도 없는 아담한 해변에서 그 거대한 아름다움에 울컥한 기억 같은 건
다신 내 생에 찾아오지 않을 것만 같다.
기억들을 더듬어 보니 각 바다마다 자그마한 추억은 다 있네.
나의 바다. 가장 그리운 추억은.
3. 지난 일주일이 참 길었다.
무언가 끝난 직후엔 시간이 참 안 가.
그리고 더딘 시간에 안달하고 있다 보면 시간은 금세 달려가 있겠지, 늘 그랬던 것처럼.
내가 좋아하는 이동진 평론가는
하루하루는 성실하게, 인생 전체는 되는 대로 살겠다는데
나는 부끄럽게도 그 반대인 것 같다.
4. 내가 가장 관심있는 건 나.
그리고 너.
이거면 동기로는 충분하지 않나.
5. 지금껏 경제적인 문제에서 한 번도 온전히 자유로운 적은 없었지만
그래도 늘 숨통 틔울 곳은 있었다.
그게 비상금이든 다음 달 월급이든 엄마든.
이젠 달라졌다.
6. 경제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많은 부분에서
결정적으로 마지막에 기댈 곳이 있다는 게
어쩌면 덜 치열하고 덜 확실하고 조금은 무기력한 태도를 갖게 했다는 생각.
7. 오늘 비쥐엠은 루시드 폴.
'다같이 무기력했던 우리 고3의 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