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이라는 두 글자가
오늘 내 맘을 무너뜨렸어
어쩜 우린 웃으며 다시 만날 수 있어
그렇지 않니

음악을 듣고 책을 읽고 영화를 보고 사람들을 만나고
우습지만 예전엔 미처 하지 못했던 생각도 많이 하게 돼

넌 날 아프게 하는 사람이 아냐
수없이 많은 나날들 속을 반짝이고 있어
항상 고마웠어
아무도 이해할 수 없는 얘기겠지만

그렇지만 가끔 미치도록 네가 안고 싶어질 때가 있어
너 같은 사람은 너밖에 없었어
마음 둘 곳이라곤 없는 이 세상 속에


 - 가을방학, <가끔 미치도록 네가 안고 싶어질 때가 있어>




 
매일같이 듣고 부른 노래.
이 노래를 부르고 나면 마음이 말랑해져서
화가 나 있던 사람에게도 웃어줄 수 있는 정도가 되었다.

바비 인터뷰를 보니 이제 노래는 거의 안 할 생각인 거 같다.
가을방학 노래도, 계피 목소리가 더 편안하고 노래에 잘 어울리고 몰입도 잘 되는 건 맞지만 (확실히 좋다.)
그래도 난 바비 목소리가 좋다. 그 묘한 분위기. 헐렁하고 들뜨고 가볍고 여리면서도 누구보다 남자 목소리.
바비 노래는 바비가 부르는 게 제맛.

Posted by duun


가끔 블로그 유입 단어들을 보곤 한다.
지금까지 주로 '즐거움의 종류'와 '대화 주제'에 대한 키워드가 주를 이루다가
최근 들어 카톡, 천일, 쾌락, 자아실현, 행복 등이 새로 올라오고 있다.

생각지도 못한 단어들로 검색되는 걸 보면 신기하고 재밌다.
여태까지 쌓인 유입경로에 의하면 불특정 다수에게 가장 많이 검색된 글은 '대화 주제'인 것 같은데
사실 그다지 자신 있는 글이 아니라서 조금 멋쩍은 감도 있다.

그리고 검색 키워드와 글의 내용이 맞지 않는 경우도 많은데
포털 사이트에서 내 글을 클릭하는 사람들의 마음이 궁금하고
글을 보고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도 참 궁금하다. 궁금해. 잉.

Posted by duun

1. 보통 사람들이 무서워하는 정도로만(!) 벌레를 무서워하는데, 요 며칠 방 안에 쌀벌레라고 하는 것들이 몇몇 앉아 있다. 명칭이 쌀벌레인 거 같진 않고, 날아다니는 건데 엄마 말로는 쌀에서 나오는 벌레란다. 벌레라면 대부분을 무서워하는 내가 신기하게 이 녀석들은 무섭지가 않다. 왜 그런가 생각해보니 가만히 앉아 있어서인 거 같다. 별일 없으면 거의 온종일, 보통 몇 시간씩 한 곳에 그냥 앉아 있다. 그리고 요 벌레들을 보며 생각한다, 그냥 가만히 앉아 있어도 되는 거구나. 저렇게 살아남는 생명체도 있구나. 한 곳에 오래 가만히 앉아 있는 사람이 희미한 위안을 얻는다.


2. 벌레 하니 생각나는데, 여름밤 방 안에 환하게 불을 켜고 창문을 열어 놓으면 가끔 곤충이 들어 온다. 물론 대다수 사람들처럼(!) 나는 꺅꺅거리며 방을 탈출하고, 그 노무 곤충은 내 방에 가둔다. 상대적으로 나는 내 방 밖에 갇히는 것이지만. 지난번엔 벌레(나한텐 다 벌레) 잡아 줄 부모님이 이미 주무셔서 내 방에 못 들어가고 결국 빈 오빠 방에 가서 잔 적도 있다. 며칠 전에도 크고 이상하게 생긴 벌레가 들어와 형광등 주변에서 지직대서 아빠가 잡아 준 적이 있다. "저거 벌레 아니야, 곤충이야. 괜찮아." 아빠가 달래도 거실에서 앙앙대니 "원래 밖에다 풀어줘야 하는데 주연이가 너무 무서워하니까, "라며 놈을 잡아서 나오는 아빠 표정이 진짜 안쓰럽다는 표정이어서 나도 모르게 그 곤충 녀석이 불쌍해졌다. '왜 하필 내 방에 들어와서는...', '지금이라도 밖에 풀어줄까'. 방금 전까지 지구의 악마라도 되는 것처럼 도망치고 손가락질하고 소리 지르다가 말이다.

난 너무 동화가 잘 되는 사람인가.
잘 먹다가도 같이 먹는 사람의 '맛없다' 한 마디에 입맛이 뚝 떨어지고, 엄마가 맛있다고 듬뿍씩 집으면 평소 안 좋아하던 것도 마구 먹는다.


3. 사실 다른 거 쓰려던 건데, 어쩌다 보니 '벌레 단상'.

4. 게다가 벌레 얘기에 이어서 먹는 얘기를 쓰니 뭔가 기분이 이상하다. (ㅜㅜ)

5. 내가 일시적으로 동화 잘 되는 부분이 또 생각났다. 그 당시에 보는 드라마 인물들의 말투!
요새 부산 배경의 '응답하라 1997'을 보고 있어서인지 '-ㄴ데' (하는데, 하는 건데, 나는데, 인데...)를 많이 쓰는 것 같다. 지금 글 쓰면서 의식한 부분. 그게 부산 사투리와 연관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Posted by duun

언제든 날 즐겁게 해주는 것들을 적어 봐야지.
'나'를 더 또렷이 볼 수 있게.

어쩌면 물건과 취향을 정리하는 것이
스스로를 이해하는 첫 걸음이 될 수 있겠단 생각이 든다.

버림으로써 알 수 있는 것들.
남겨진 것들의 가치.
내가 마음으로 원하는 것.
그리고
그리움의 정체.
Posted by duun

휴일의 불안

2012. 8. 12. 16:51

1. 좋아한다 해도
감당할 수 없다면
그건 내 행복이 아닐 거란 생각이 든다.


1'. 그런데 정말 감당할 수 없는 걸까.
몇 년 전엔 그랬을지 몰라도 지금의 난 좀 더 자란 거 같은데.
버겁더라도 버거운 대로 인정하고 안고 갈 수도 있을 거 같은데.
어쩌면 결국은 능력이 아니라 마음의 문제인지도.


1''. 좀 더 단단한 사람이 되고 싶다. 스스로를 믿어주는 사람.



2.
불안한 마음은 언제나 무언가를 향해 손을 뻗게 된다. 어떤 것에 손을 뻗을지 아직 결정하지 못한 상태는 한없이 불안하지만, 무언가를 결국엔 손에 잡게끔 하는 힘이 있다. 불안하지 않은 사람은 갈등하지 않는다. 손 닿기 쉬운 것에만 손을 뻗을 뿐이다.
불안한 사람이 이따금 엉뚱한 것들에게 손을 뻗어 톡톡히 값을 치르고 엉망이 되기도 하지만, 그러한 과정들의 틈에서 자기를 둘러싼 반경 밖의 것들을 발견하기도 하며, 그것을 얻을 수 있는 용기(무모함에 가까울지도 모를)를 발휘하게 된다.

 - 김소연, <마음 사전>


늘 '주연아'로 시작하는 정진이 메일을 받을 때면 마음에 공기가 통하는 기분이 든다.
정진이가 보내 준 힘이 되는 글.



Posted by duun

 

하루만, 나한테 딱 하루만 시간을 줘. 네 마음, 그 사람 상황, 충분히 생각하고 고려해볼게. 혼자 결정하는 건 안돼. 네 일이 곧 내 일이니까.



 


넌 어떻게 나한테 하루도 시간을 못 줘? 내가 나만 생각할 것 같아? 
네 마음 충분히 생각할 거고, 그 사람도 생각할 거야. 너한테 소중한 사람이니까.









 네가 지금 무슨 말을 해도 내 귀에는 사랑한다는 말로밖에 안 들린댔잖아!

 


우리가 어떻게 만났는지 잊지 마. 내가 지금 널 어떤 마음으로 보내는지도 잊지 말고.
지구 열 바퀴를 돌아도 우린 결국 다시 만날 거야, 난 그렇게 믿어.

                                                                                       - tvN, <로맨스가 필요해 2012>



이별 상황에서 자신의 감정 못지않게 상대의 마음을, 게다가 연적의 입장까지 고려할 수 있는 저 인격적 깊이란!
열매는 결국 지훈에게 사랑을 배웠다.
지훈의 사랑이 있었기에 열매는 석현을 기다릴 수 있었던 거다. 그리고 그런 열매의 사랑에 겁쟁이 석현도 바뀌겠지.
하나의 참된 사랑이 온 지구를 사랑으로 물들이는 아름다움이란.
지훈과 같이 사랑을 줄 줄 아는 사람이고 싶다.
자신을 충분히 알고 들여다보고 집중해서, 다른 사람을 그것과 똑같이 사랑할 줄 아는 사람.


Posted by duun

  어린 왕자: 소중한 건 눈에 보이지 않아.
             p: 기다리는 건 느리게 온다.

스스로 행복한 길로 가고 있다는 p의 말을 자주 떠올리는 요즘이다.

Posted by duun

2012 여름

2012. 8. 7. 23:47

날씨가 극단적이어도 몸이 피곤하구나.
요 며칠 두통과 소화불량이 가시질 않는다.

한겨울에 나는 눈을 제외한 모든 몸 부위를 싸매고 낑낑대면서 맘을 단단히 먹고 집을 나서면
다른 사람들은 너무나 태연한 얼굴로 지하철에 앉아 있고 거리를 활보하는 것처럼 보여서
'나만 추운가, 나만 이렇게 추운 거야?!!!' 억울한 맘도 쬠 들고 그랬다.

근데 지금은 똑같은 표정으로 오후 두 시의 태양을 함께 이고 다니는 사람들을 보니
짠하기도 하면서
뭣보다 같이 힘드니까 좀 나은 기분...이 든다.
그래, 이런 태양이라면 총을 쏜다 해도, 그래, <이방인>의 뫼르소도 막 이해 가고
에어컨 아래로 들어가면 태양에 맞서 전투태세였던 몸과 마음이 급 부드러워지면서 뭐든 괜찮고 다 받아들일 수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이다.

그치만 사실 난 에어컨에 엄청 취약해서 온도가 28도 아래로 내려가면 추워서 잘 못 견디고,
선풍기도 오래 쐬면 몸이 쑤시니 더워서 자다 깨고는 선풍기를 끌 수도 켤 수도 없어 침대에 멍 앉아 있기도 한다.
남들은 시원해하는 카페 안에서 레깅스에 가디건, 담요까지 걸치고도 추위에 머리가 아파 결국 끓는 길바닥으로 뛰쳐나오면서
처음으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어려운 여름을 보내고 있다.

그래서 아침에 수영하러 가는 엄마를 보면 미치도록 부럽다.
아 수영장 물은 얼마나 시원할까. 거기에서 풍덩풍덩 수영하면 얼마나 기분 좋을까.


+) 책상 위 떠놓은 찬물이 금방 미지근해지고, 마시려고 입술에 컵을 갖다 대면 어느샌가 한 방울도 안 남아있는 것도 올여름의 특징.
Posted by du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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