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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6. 23. 11:32

비가 솨아아 솨아아
모니터에 아주 작은 빗방울들이 튀겨
반짝이가 됐다 예쁘게 반짝반짝

책상 위에 있던
오졔가 준 레몬 새코미를 까먹는다
실은 나도 주고 싶었는데

마음보다 행동이 느린 날이 많다


언젠가 물었지
표현되지 않은 진심은 어떻게 되는 걸까
p가 대답했다, 진심이라면 표현해야죠

전하지 못한 내 진심들은 지금쯤 어디에 가 있을까
그의 맘엔 얼마나 가 닿았을까
내 맘 속엔 얼마나 남아 있는걸까


Posted by du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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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6. 16. 12:57

원하는 곳에 있는데
하고 싶지 않은 일이 이토록 많은 건
도대체 왜일까

하고픈 일에만 집중할 수 있는 상황이 오면
나 좀 괜찮아질까
아님 그 일에서도 하기 싫은 게 생기는 걸까

그런 의미에서
다음 학기가 기대된다
긍정 반 부정 반으루

Posted by du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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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6. 15. 01:00

난다 블로그를 보면
나도 예쁜 사진을 찍어서 올리고 싶은 마음이 퐁퐁 샘솟는다

그런 마음에 갖고 있는 사진을 들춰 보거나
새로 뭘 찍을까 생각해보면
딱히 맘에 드는 것도 맘에 차는 생각도 안 나서 포기

누군가가 따라 하고 싶게 만든다는 건
어쩜 그 퀄리티를 측정하는 가장 단순하면서도 강력한 지표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 잠깐
(그 마음에 퀄리티 외에 또 뭐가 있을까)

잘 찍은 사진, 잘 그린 만화, 잘 쓴 글, 잘 만든 음악, 잘 쓴 논문...?

Posted by du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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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3. 22. 23:23

요새 연구실 사람들하고 지내는 시간을 늘린다
모두가 완전히 편하다곤 할 수 없지만
좀 더 많이 이야기하고 좀 더 가까워지는 느낌
아마 나 스스로 일정에 여유가 생겨서 일 수도 있고

똑같은 연구 궁금증도
친한 사람한테 물어보긴 편한데
덜 친한 사람은 아무래도 어려운 감이 있다
그렇다고 못 물어보는 건 아니지만

오히려 편하지 않은 사람과는
사적인 얘기 하는 것보다 연구 얘기 하는 게 낫다
그래서 어쩜 일 얘기로 다가가려는 마음도 있는 듯
근데 it doesn't work (요새 심각성 느끼는 영어)
일 얘기로 대화의 포문을 틀 순 있어도 친밀감이 더해지진 않아
역시 일단 포문을 튼 후 개인사로 넘어가야 하나보다

하지만 개인사 대화가 어려운 1인

다른 사람이 되어 사랑받는 것보다
있는 그대로의 자신으로 미움받는 것이 낫다는데
하아 나는 어떤가

Posted by du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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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3. 18. 01:25

점점 밤에 하는 작업에 익숙해진다.

예전이면 헉 했을 시간에 지금은 그러려니 천하태평
늦게까지 하면 되지 뭐 라고 생각한다.

학창 시절엔 오전 수업 때 가장 집중력이 좋았고
직장인일 땐 오전 근무 시간에 가장 많은 양의 일을 해치웠다.
점심시간에 밥 먹고 나른해지면서 점점 몸에 힘이 빠지던 신체 패턴이었는데

어느 샌가 나의 오전 시간이라는 게 사라져 버렸다.
아침에 눈을 떠도 뭉기적 밥 숟가락 뜨기까지 한참
아침밥은 기본으로 한 시간을 먹고
과일 먹는다며 티비 보고 소화시킨다며 트위터 하고
밥 먹으니 졸립다며 다시 침대로 돌아가는

이런 번거롭고 게으른 오전 시간이라니

생활 패턴이 나와 반대인 선생님 탓 하고 있지만
사실 그 때문만이라고 하긴 좀 민망하긴 하다.

그보다 주목해야 할 점은
나의 집중력이 발휘되는 시간대가 여전하다는 거다.
(오전 시간의 집중력은 최근 확인할 길이 없었지만)
그래서 나는 늘 반쯤의 집중력을 갖고서 반쯤 멍한 상태로
'일단 하는 것'을 목표로 어기영차 살고 있는 것이다.

아침에 일어나면서 어젯밤의 나를 원망하지 않으려면
나 어디서부터 바꿔야 할까



 
Posted by du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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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11. 17. 22:02

하고 싶은 말을 내뱉지 못하니 가슴 속에 화가 쌓인다. 여러 개의 사회적 역할이 주어지고 모든 걸 잘 하고 싶은 맘에 너무 혼란스러운 상태. 학교엔 오래 안 있어도 자기 할 일 잘 하고 다른 사람들 잘 챙기는 똑똑한 제자이고 싶고, 배려심 깊은 동료이고 싶고, 생각이 깊고 어른스러운 인생 선배이고 싶고, 같이 있으면 즐거운 친구이고 싶어 한다. 대인관계의 다양한 역할에서 모두 최상을 탐내고 있다. 실상 현재의 나는 대인관계에 아무런 신경도 쓸 수 없는 물리적, 심리적 소진 상태인데 말이다. 어떤 상황에 특정 역할로 어떤 말이 어울릴지를 몰라 한두마디 뱉다가 그만 입을 다물어버린다. 그렇게 내 생각과 감정을 표현하지 못하니 나는 저것들 중 어떤 역할도 제대로 못 하고 내가 나를 잃어버린다. 에너지가 없으니 날 표현할 말을 찾고 전달하는 것도 힘에 부친다. 사회적 상황에서의 내 모습이 맘에 안 드니 더욱 에너지가 빠진다. 지금은 하고픈 말을 못 하는 정도가 아니라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도 모르는 상태가 되어버렸다. 내 안의 기준이 흐물흐물해져 옳고 그름, 좋고 나쁨의 판단이 불가능하다. 기준이 외부에, 타인에게 가 있으니 이 말에 흔들, 저 말에 흔들. 가을날 하늘공원의 억새처럼 이리저리 휘둘릴 뿐 결국 어떤 것도 내 안에 와 닿지 않는다. 속이 텅 비어 있으니 나는 자꾸만 초라해지고 조급해진다.  
Posted by duun

첫 실습

2013. 9. 9. 20:55

나답게 하자, 를 주문처럼 되뇌었다.
스스로 충분치 못한 준비라 여겼기에 더 떨렸을 거다.
약속한 내담자가 십 분 늦게 오는 바람에
십 분 동안 출입문이 열릴 때마다 두근두근.

역시나 처음 라포 형성이 참 어렵더라.
아니, 실은 라포 형성에 대해 생각도 못했다.
검사 결과를 해석하는 데에만 집중해
내담자와 눈을 맞추고 검사 외에 무슨 얘기부터 시작해야 할지 준비할 생각조차 못했다.

그래도 열심히
아는 거 들은 거 배운 거 모두 끌어모아
말하고 묻고 듣고 생각하고 있자니

와아 내담자가 내 말을 놓칠세라 경청하는 거다.
그것도 모자라 녹음을 하고 싶다며 탭을 꺼낸다.
내 말에 열심히 고개 끄덕이고 골똘히 생각하는
열의 있는 내담자를 만나서
덕분에 나도 몰입해서 신나게 했다.

분명 준비가 부족한 부분이 있었고
도중에 더 끌어내야 하나 싶었던 내담자의 고민에 잘 대처한지 모르겠지만

그는 첫 내담자로서 훌륭했다.
내게 용기와 몰입을 선물해 준 나의 첫 내담자.

두 번째 검사해석이 기대된다.
Posted by duun


"학교방과 선생님의 힘이죠"
라며 들어갔던 상담센터 이후로

상담을 실습하는 전공, 회사경력, 그리고 연구실 선배의 힘으로
멘토링 수퍼바이저를 하게 됐다.

이 곳에 와서 소속의 힘을 경험한다.
나라는 사람 자체보다 내가 속한 조직을 본다.
내 전공, 내 지도교수, 내 선배, 내 직장(이었던 곳)을 보고
나를 판단한다. 조금 놀라운 기분.

물론 나의 색깔도 어느 정도 영향은 ..있었겠지?

그러길 바라는 마음은
그냥 모두 다 떼고 이런저런 수식 다 빼고 나를 봐줬으면 하는 것.
더해서
나의 소속을 통해 상대방이 기대하는 것을 내가 다 잘 채울 수 있을까 하는 부담감.
내 얼굴 뒤에 어느 연구실이니 어느 선생님이니 잔뜩 이름 달고 하는 책임감도.

조직은 자꾸 커지고 그 안의 나는 점점 작아져 가는 것만 같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처음은 그렇게 시작해도
조직엔 다양한 얼굴이 있고
결국엔 내 특성과 개성이 중요해져서
나라는 개인이 조직을 앞질러 더 커질 거다.
결국은 모두가 나를 볼 것이다.

그러니 그저 나는 나대로 열심히 나답게 사는 수 밖에.


나답게 사는 게 가장 어려운 요즘이다.




Posted by du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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