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여름

2012. 8. 7. 23:47

날씨가 극단적이어도 몸이 피곤하구나.
요 며칠 두통과 소화불량이 가시질 않는다.

한겨울에 나는 눈을 제외한 모든 몸 부위를 싸매고 낑낑대면서 맘을 단단히 먹고 집을 나서면
다른 사람들은 너무나 태연한 얼굴로 지하철에 앉아 있고 거리를 활보하는 것처럼 보여서
'나만 추운가, 나만 이렇게 추운 거야?!!!' 억울한 맘도 쬠 들고 그랬다.

근데 지금은 똑같은 표정으로 오후 두 시의 태양을 함께 이고 다니는 사람들을 보니
짠하기도 하면서
뭣보다 같이 힘드니까 좀 나은 기분...이 든다.
그래, 이런 태양이라면 총을 쏜다 해도, 그래, <이방인>의 뫼르소도 막 이해 가고
에어컨 아래로 들어가면 태양에 맞서 전투태세였던 몸과 마음이 급 부드러워지면서 뭐든 괜찮고 다 받아들일 수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이다.

그치만 사실 난 에어컨에 엄청 취약해서 온도가 28도 아래로 내려가면 추워서 잘 못 견디고,
선풍기도 오래 쐬면 몸이 쑤시니 더워서 자다 깨고는 선풍기를 끌 수도 켤 수도 없어 침대에 멍 앉아 있기도 한다.
남들은 시원해하는 카페 안에서 레깅스에 가디건, 담요까지 걸치고도 추위에 머리가 아파 결국 끓는 길바닥으로 뛰쳐나오면서
처음으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어려운 여름을 보내고 있다.

그래서 아침에 수영하러 가는 엄마를 보면 미치도록 부럽다.
아 수영장 물은 얼마나 시원할까. 거기에서 풍덩풍덩 수영하면 얼마나 기분 좋을까.


+) 책상 위 떠놓은 찬물이 금방 미지근해지고, 마시려고 입술에 컵을 갖다 대면 어느샌가 한 방울도 안 남아있는 것도 올여름의 특징.
Posted by duun

카테고리

모두 (186)
일상의 몽상 (146)
글이 되려는 글 (4)
보고 읽고 느끼고 (28)
행복, 주관적 안녕감 (4)
연습장 (0)
작문 (4)
여성주의상담 (0)

최근에 올라온 글

최근에 달린 댓글

최근에 받은 트랙백

달력

«   2024/05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글 보관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