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어른

2009. 4. 9. 00:47

나는 철이 안 든 순수하고 단순하고 젊은 마음을 가진 어른이 되고 싶다
김창완 아저씨 같은 어른이 되고 싶다

나는 지금보다 좀 더 세상을 알고 경험한 후에도
사람과 삶에 대해 긍정적이고 따뜻한 시각을 가질 수 있는 어른이 되고 싶다
손영우 선생님 같은 어른이 되고 싶다

사실 어른이 된다는 거엔 겁이 좀 나지만
언젠가 어른이 되어야 한다면 좋은 어른이 되고 싶다
근데 난 언제 어른이 될까낭
Posted by duun


12시간째 바깥 생활에 난 지쳐 있었고
'이건 나로서는 기적이야'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떠돌았기 때문이었겠지

왠지 한 번 떠돌이가 된 나는 매우 자유로워졌고
그런 '자유인'이 된 의미에서
길가다 핫바 하나를 사먹고 싶어졌다

마침 현금이 없어 카드 돼요를 슬그머니 물어오는 나에게
아저씨는 말씀하셨네 카드는 안 되는데...
"뭐 하나 해줄까요?"

아아
서울 한복판에서도 이런 따뜻한 마음을 만날 줄이야
제주도민들만 친절한 게 아니었어

그리고 난 그 마음을 받았어야 했다

거래란 모름지기 '돈'인 서울 길바닥에서
이십여년만에 처음으로 들어본 제안에 당황해버린 나는
"(돈은) 다음번에 지날 때 주면 돼요~"란 말에
"아아 감사합니다 담에 꼭 들를게요 그때 더 많이 사먹을게요"라고 말하는 대신
"아아 아니에요 여기 올 일도 없는데요 아니에요"라 해버렸다 ...-_-

괜찮아요도 감사해요도 못했다
감사는 커녕 '여기 올 일도 없는데요' ?

다음번엔 저에게 건네주시는 소중한 마음들 감사히 받을게요

다시 집으로 향하는 길
마음의 온기와 미소를 선물받은 난
집에서 나온지 13시간이 되어가도 행복했다

왕십리 핫바 아저씨
세상을 따뜻한 마음으로 살아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번에 왕십리에 가면 꼭 핫바와 오뎅을 사먹을게요



Posted by duun

아직 시작도 안 했는데 마음을 다치려 한다
그래 이건 분명하다
앞으로 '있을 것 같은' 고통에 대한 두려움이다

부딪쳐보자고
첫 술에 배부르겠느냐고
깨져도 해나가려는 마음이 있으니 되었다고
그렇게 마음먹어 놓고

또 그 두려움에 망설인다

또 스스로 빠져나갈 구멍을 만들고 있다

다른 이에게 내 결정을 맡기려 하지 말자
스스로 결정, 한다 해보자고
나의 한계를 알아 보자고

(그래도 이 공간이 있어 나에게 참 다행이다)

Posted by du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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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삶이 내게 말을 걸어올 때 (Let your life speak)     -파커 J. 파머 지음, 홍윤주 옮김

'자신이 아닌 다른 사람, 뭔가 지금의 자기 모습보다 더 훌륭하고 자신을 초월하는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상을 그리고 있었다. 소명에 대한 이러한 태도는 자아에 대한 깊은 불신에서 시작된다.'

'나는 늘 내 인생을 잘 꾸려 나가기에는 부족한 존재라는 느낌을 가졌다. 내게 기대되는 이상적인 모습과 실제 모습 사이의 차이 때문에 죄의식을 만들어 내면서 그 격차를 좁히기 위해 몸부림치느라 지쳐갔다.'

'건축기사가 철, 나무, 돌 같은 재료의 본성을 존중하지 않는다면 문제는 단순히 보기 싫은 정도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다리나 건물이 무너지고 사람의 생명까지 위협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형광펜 치며 읽은 부분
앞쪽은 형광펜까지 치며 감명깊게 보다가
점점 뒤쪽으로 갈수록 이게 뭔말이야 하며 문장을 곱씹어보기도 하고
잠깐 읽기를 멈추고 생각을 정리하기도 하며 읽었다
그래서인가 학교 오가며 지하철에서 간간히 봐서인가
뒤쪽엔 딱히 마음에 와닿는 얘기가 별로 없었다
인생의 계절 정도?

그래도 건축기사 얘기를 읽은 것만으로도
나에게 있어 이 책의 가치는 충분하다고 할 수 있겠다

우선 책에 대해 전체적으로 얘길 하자면
너무 기독교적인 입장이랄까
물론 소명에 대한 중심적인 의미와 생각에는 공감하지만
나는 태어날 때부터
이 세상에서 어떤 소명을 갖고 살아야 하는지
어떤 재능과 한계를 갖고 있는지
어떻게 사는 것이 선천적으로 타고난 자아와 본성을 따르는 건지
가 신에 의해 정해져있고
나는 그 길을 찾아 원래 나에 대한 신의 의도에 따라 사는 게
가장 행복하고 올바른 길이다 라고 말하는 걸 보며

'이제는 내가 산 것 아니요 오직 내 안에 그리스도께서 사신 것이라'
참 좋아하는
신실한 기독교 신자인 친구의 미니홈피에 있던 글이 생각났다

아 큰 거부감이 들었단 얘긴 아니다
분명 우리에겐 재능과 한계가 존재하고 자아와 본성 또한 마찬가지니
그 뒤에 신이란 존재가 있는지 없는지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건
내가 철인지 나무인지 돌인지를 아는 것
철이 나무가 되고 싶어도 불가능하며
나무가 돌이 되려고 하면 불행할 것이고
돌이 철의 자리에 있으면 건물 전체가 힘들다

내가 도대체 철인지 나무인지
내가 혹시 나무라도 돌이 되고 싶으면 될 수 있는건지
근래에 나에게 가장 중요했고 또 수많은 고뇌를 가져다주었던 문제에 대한 답이었다
아니 모든 의문에 대한 완전한 답은 아니지만 반쯤은 깨달았다

재능과 한계, 자아와 본성을 찾아내어
그에 따른 소명
즉, 이 세상에서 나에게 꼭 맞는 그 자리
로 가는 것이 행복이다
내 자신을 모두 뒤집어 엎어야 하는 소명 따위 있을 수 없다

파울로 코엘료는 말했다 '꿈을 좇는 과정엔 마음의 고통이 없다'고
여기서의 꿈을 소명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파울로 코엘료의 연금술사를 읽을 당시
나에겐 꿈도 자아의 신화도 없었다
그저 간절히 찾을 수 있기를 바랐을 뿐

그런데 지금 난 처음으로 가슴을 뛰게 하는
그 일을 위해 험한 길이라도 헤쳐나가봐야겠다는 마음이 드는
그런 일을 찾았지만

그게 나의 재능과 본성에 맞는 일인지
확신할 수가 없다

나의 자리가 아닌 곳을 바라보며
이상적인 모습의 나와 실제의 나 사이의 격차를 좁히려 무진 애를 쓰다가
결국 철의 자리에 들어간 나무처럼 나자빠지게 되는 건 아닐까

그걸 알기 위해선 어쩌면 해보는 수밖에 없을지도 모르겠다
과연 내 앞에서 그 길의 문이 열리는지 내 뒤에서 문이 닫히는지
부딪혀 보는 수밖에 지금으로선 알 길이 없다
 
연금술사를 읽었을 대학교 일학년 스무살 땐 몰랐지만
지금은 안다
내 자아를 찾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그건 파커의 말처럼
외적 활동보다 훨씬 어렵고 힘든 내적 여행을 떠나야 하는 걸 거다
우울증에 걸렸을 때라야 비로소 진지하게 할 수 있었던 파커의 경우처럼
길고 어둡고 인내심을 필요로 하는 일이라도
나의 가장 깊은 곳에 들어가 물어야 한다
네가 원하는 게 뭐니

답이 쉽게 나올 것 같지

생각해보면 내 생애 가장 우울하고 어둡고 괴로웠던 날들은
고시 공부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었을 때였다
앞으로 뭘 할지 어떤 길을 가야할지 답답하고 막막했던 그 때
고시라는 갈 길이 정해졌지만 조금도 기쁘지 않았다
공부가 어려워서는 아니었다 난 시작도 하지 않았었으니까

그 길은
모두가 추천하는 길이었고 인정하는 길이었고 고개 끄덕여주는 길이었다
모두가 날 응원해주었고 너에게 맞는 올바른 길로 가는 거라 했다

그런데 바로 그 길에서 나는 우울증 비슷한 게 왔고
'모든 게 허무하다'라는 일기만 써갈기며 '죽음'이라는 것에 대해 생각하지 않은 날이 없었다
물론 죽고 싶었던 건 아니고 사는 의미, 이유가 눈 씻고 찾을래도 보이지 않을 뿐이었다
그 땐 그게 고시 결심과 관련있다고는 생각지 못했다
또 내가 파커처럼 내적 여행을 했는지도 잘 모르겠다
그렇지만 결국 난 고시 결심을 철회했고
지금 생각해보니
내 마음의 소리와 다른 길을 택한 것에 대한 또 다른 마음의 소리가 아니었나 싶다

마음도 말을 한다
귀 기울이면 들을 수 있다
하지만 남의 말을 들어주는 것보다 억배는 더 어렵다
그래서 방치되는 우리 마음이 제발 날 좀 봐달라고 소리치는 게
우울증일지도 모른다
우울한 게 나쁜 것만은 아니다
좀 더 내 자신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될 수도 있다
우리에게 보내는 마음의 경고 신호일 수 있다









 
Posted by duun

2009. 3. 13. 02:28

아주 작은 것에 자신이 없어진다
내가 이런 것까지 할 수 있을까
어쩌면 그들은 그런 것만 할 수 있는 건지도 모른다
그들은 그들의 문제집을
나는 내 앞의 문제집을 풀고 있는거다
우린 서로 다른 문제집을 풀지만 '공부를 한다'는 점에선 같다
그렇게 생각하자 대신 문제집은 꾸준히 풀어야 한다는 거

하고 싶은 마음이 필요한 거고
지금 하고 있다는 게 중요한 거다
잘 되면 되는대로 안 되면 안 되는 대로 하는 거다

무리해서 내 열정을 키우려고도 말고
어떤 이유로든 있는 열정을 위축시키지도 말고
내게 있는 마음만큼만 정직하게 표현하자

그거면 돼

Posted by duun

삼월

2009. 3. 6. 02:38

봄이 온다

따뜻한 햇볕
눈부신 밝음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르는 설렘
무슨 일이든 하고 싶고 어떤 일이든 잘 될 것만 같은 기대감
연두빛 새싹들이 하나둘씩
샛노란 꽃잎들이 여기저기
기쁨의 향기가 물씬한 거리를 걷다 보면

어느새 봄 햇살같이 따스한 미소를 짓고 있다는 걸
알게 될 때면 난 행복해질걸

행복이란 건 순간의 감정이 아니라
삶에서 축적된 모든 것들의 의미와 가치라고
고귀하신 아리스토텔레스는 말했지만

분명 지금 이 순간 나는 행복하다고 느끼는걸
내 삶의 집합체들이 의미가 있고 내가 사고하고 있기 때문이 아니라

순간의 봄 기운만으로도
난 행복을 느낄 수 있는걸


봄은
부드러우면서도 강한 에너지로
내 몸 속에 들어와
피에 섞이고 살갗을 물들여
나를 빛나게 한다

봄 너를 맞을 준비가 되어 있다


Posted by duun

나의 한계

2009. 3. 5. 00:13

나는 지금 자라고 있는 중이어야 한다
지금의 나는 많이 부족하니까

앞으로 한 걸음씩 나아가야 한다
천천히 걸을지라도
멈추지 말아야 한다


내 능력, 내가 잘 할 수 있을 것인가 보다도 중요한 건
하고 싶은가
그걸 잘 하기 위해 노력하고 싶은 마음이 있는가
그걸 위해 내가 지금 뭔갈 하고 있는가

재능이고 뭐고 한계고 뭐고
중요한 건
내가 지금 한다는 거
그리고 그러려면, 그걸 계속 하려면
좋아하는 거 외엔 다른 길이 없다

내가 좋아하는지 알기 위해선
힘들어도 이걸 계속 할 수 있을건가 알려면
2-3년은 부딪혀 봐야 한다
해봐야

우선은
해야만 되는 걸 꼭 하고
그 후엔 하고 싶은 걸 하자
그렇게
봄을 지내자


Posted by duun

짝사랑

2009. 3. 3. 22:43


그가 마시던 커피를 마시고
그가 걷던 길을 걷고
그가 올려다보던 하늘을 보고
그가 타던 버스를 타고
그가 앉았던 벤치에 앉아
그가 부르던 노래를 부르기


Posted by du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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