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시간째 바깥 생활에 난 지쳐 있었고
'이건 나로서는 기적이야'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떠돌았기 때문이었겠지
왠지 한 번 떠돌이가 된 나는 매우 자유로워졌고
그런 '자유인'이 된 의미에서
길가다 핫바 하나를 사먹고 싶어졌다
마침 현금이 없어 카드 돼요를 슬그머니 물어오는 나에게
아저씨는 말씀하셨네 카드는 안 되는데...
"뭐 하나 해줄까요?"
아아
서울 한복판에서도 이런 따뜻한 마음을 만날 줄이야
제주도민들만 친절한 게 아니었어
그리고 난 그 마음을 받았어야 했다
거래란 모름지기 '돈'인 서울 길바닥에서
이십여년만에 처음으로 들어본 제안에 당황해버린 나는
"(돈은) 다음번에 지날 때 주면 돼요~"란 말에
"아아 감사합니다 담에 꼭 들를게요 그때 더 많이 사먹을게요"라고 말하는 대신
"아아 아니에요 여기 올 일도 없는데요 아니에요"라 해버렸다 ...-_-
괜찮아요도 감사해요도 못했다
감사는 커녕 '여기 올 일도 없는데요' ?
다음번엔 저에게 건네주시는 소중한 마음들 감사히 받을게요
다시 집으로 향하는 길
마음의 온기와 미소를 선물받은 난
집에서 나온지 13시간이 되어가도 행복했다
왕십리 핫바 아저씨
세상을 따뜻한 마음으로 살아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번에 왕십리에 가면 꼭 핫바와 오뎅을 사먹을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