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의 밤

2009. 6. 28. 00:53

아아 여기는 도쿄

도쿄의 아담한 원룸 그리고
내 키만한 창문 사이로 도쿄의 바람이 불어온다

나의 도쿄엔 그녀가 있다
그녀의 방 페브리즈 냄새를 맡으면 어디서든 난 도쿄를 떠올릴 것이다

그녀의 방엔 최소한으로 필요한 게 모두 있다
모든 게 있어야 할 자리에
넘치지 않게 충분하다

그녀는 늘 정돈되어 있다
옷차림
가방 안
수첩 속 메모

세면대 위 머리띠
싱크대 위 수세미
쓰레기통과 빨래통의 위치

과자 상자
벽면의 엽서들
발 닦는 수건까지도

생활하면서
그것도 혼자 지내는 방에서
정리하며 지내기 어려운 것들까지

이건 한 번 맘먹고 대청소를 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
물건들이 모두 자신의 존재이유에 딱 알맞은 자리에
너무 당연하다는 표정으로 앉아있다

물론 그것들이 차렷 상태에서 기합넣고 줄맞춰 서있는 건 아니다
제 자리 안에서 적당히 편안한 자세로 흐트러져 있다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딱 그 정도로



이건 분명
그녀의 물건과 방 뿐만이 아니다 그녀의 삶 또한
꼭 알맞게 정리된 그녀의 방과 같다

부담스럽거나 흐트러지지 않을 정도의 적당한 선에서 멈출 줄 알고
모자람이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내어줄 줄도 안다
그녀의 마음이 다른 이에게 가 따뜻하게 안착할 수 있을 만큼

차갑지도 않고
헤프지도 않게


Posted by duun


뭔갈 하려고 인터넷을 켜고
하려고 했던 일 전에
기본으로 늘 해야하는 것 (메일체크, 매거진텐, 웹툰, tv리뷰, 블로그 - 은근 많은데
                                    살펴보면 꼭 해야 하는 건 하나도 없다 ... ) 들을 하고
거기서 가지쳐나가며 기웃거리다 보면
해야 하는 게 뭔지 까먹어버린다
왜냐면 인터넷의 바다는 구경거리들이 무궁무진
노트북이 열심히 일하며 내는 소음은 내 정신을 빼놓고
모니터를 멍하니 들여다보는 내 눈은 네모가 되어버리고 ...

엄마가 마트에 가서
늘 뭔가 하나씩 빠트리고 장을 봐오는 것과 비슷하달까
대형마트야 말로 소비계의 태평양 ...

어쨌든 그래서 지금도 나는
해야 할 걸 까먹은 채 이러고 있는 거다

가끔 메모는 하지만
모든 생각을 옮기기엔 메모 내공 부족 !


Posted by duun


-주말이나 공휴일에 집에서 조용히 휴식을 취하면서 힘을 얻는 편이며,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바둑, 영화보기, 책읽기 등 정적인 활동을 선호합니다. 말은 신중하게 충분히 생각해서 하는 편이며, 조용하고 침착할 것 같습니다 . 많은 사람과 어울리기보다는 소수의 사람과 깊은 관계를 맺는 편입니다. 자신을 이해하고자 하는 강한 욕구가 있고, '훌륭한 사람' 뿐 아니라 진정한 '자기 자신'을 찾기 원합니다. 인격적인 관계형성을 중시하며 비경쟁적이고 조화로운 관계를 선호하며 경쟁적인 상황이나 갈등적인 상황에 지나칠 정도로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민주적이고 인간적인 분위기를 선호하며 두터운 신뢰 속에서 감정을 잘 이해받을 때 더 성장합니다. 마음이 여려 자신의 행동에 대한 타인들의 평가에 쉽게 상처받는 편입니다. 보다 나은 자신, 보다 좋은 세상에 대한 동경과 집착이 심하며, 가끔 그 정도가 지나쳐 비현실적으로 기울어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심리검사결과
구구절절이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문장들
단 하나 걸리는 게 있다면 옆 친구와 토시 하나 안 틀리고 똑같이 나왔다는 거
우리가 비슷하긴 하지만 분명 많은 차이도 있는데, 답변이 유형화되어 있는 거 아냐?
그래도 어쨌든 내 얘기 맞다

이번 진로탐색검사에서는
불행하게도 예상대로 진로 흥미 ≠ 진로 성격
고질적인 고민 ..
해결방안은?????

(근데 저런 성격, 기질은 언제 정해지는 걸까? 태어날때부터? 어린시절?
아니면 지금도 계속 변하는 중?)

Posted by duun

1.
뛰어놀자
일년의 몇 안되는 이렇게 따뜻하고 자비로운 날씨에
바람을 맞고 눈을 맞추고 말을 주고받고 웃음을 터뜨리자

하늘과 나무와 구름과 풀을 가슴에 듬뿍 담자

2.
처음 듣고 눈물이 핑 돈 노래는 처음이다

바람이 분다 서러운 마음에 텅 빈 풍경이 불어온다
하늘이 젖는다 어두운 거리에 찬 빗방울이 떨어진다

3.
이윤정 PD의 '트리플' 시작한거야?
꺅 !
오늘은 쌩쌩한 내일을 위해서 잠들고 내일 찾자
Posted by duun

너한테는 쉽고도 강하게
사랑을 잡아! 라고 외쳤지만
 
나는... 글쎄
답답하다 왜이리 내 일은 불투명할까
다른 사람의 일처럼 객관적이고 이성적인 판단을 하기가 어렵다
나의 일도 한 발자국 떨어져서 볼 수 있으면 좋을텐데

어쨌든 오랫동안 사랑에서 방황하던 친구의
진심어린 로맨스에 마음이 참 좋다
너의 낭만과 행복을 맘껏 즐기길


(그렇게 연애 안한다고 땡깡 부려서 속타게 하더니...이짜식아!)
Posted by duun

과연

2009. 5. 12. 00:40



그 사람의 여자친구는 전화를 받았을까
그래서 그 사람은 더이상 신촌거리를 헤매고 다니지 않았을까
그 사람은 정말 그 순간에 전화기를 붙들고 하소연 할 누구도 없었던 걸까 (한명도?)
나도 바람피워보려고요 라는 건 순간적인 감정 이었기를
살면서 누구한테 안 좋은 소리 한 번 안하고 살았을 것 같은 얼굴의
처음보는 그 사람은 안주머니에서 지하철 노선표를 꺼내 흔드며 "나 이런 사람이에요"라고 했다

그에게서 술냄새는 나지 않았다

어쩜 그 사람은 정말 지하철 노선표처럼 안전한 사람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대로 따라가기만 하면 내 집에 도착하게 되는

  아뇨 그 여자 나쁜 사람이에요
  제가 정신이 없어 보이나요?
  바가지를 박박 긁었어요 그래서 제가 가라고 해버렸어요 잘했죠?

여섯시반부터 아홉시까지 그녀에게 통화버튼을 누르며 서성댔을 그는
어느 누구라도 붙잡고 가슴을 털어놓고 싶었던 그는
어쩜 좋은 사람이었을지도 모른다
휘청휘청 위태롭게 흔들리는 괴로운 사람이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나는
그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어줄 수 있었겠다


그렇지만
만분의 일의 확률이더라도
내게 일어나면 그건 백프로가 되어버리니까

미안해요 험한 세상 내가 그럴 수 밖에 없었던 거 이해하죠?


Posted by duun

사람과 사람 사이라는 것이
어느 시점에 이르러선
이제 됐다, 하고 맘놓고
그냥 내버려둬도 되는 것이 아니라는 걸
깨닫고 있는 요즘이다

서로를 온전히 믿을 수 있고 너를 나처럼 이해할 수 있는
어떤 경지에 올랐더라도
그건 파도의 울렁거림처럼 끊임없이 변할 수 있다는 걸

네가 나이고 내가 너일 수 있는 그러한
산 정상에 깃발 하나 꽂고 내려오면
영원히 깃발이 펄럭이는 게 아니라는 걸

다시 내리막을 내달릴 수도
출렁출렁 변화를 거듭할 수도
더 높은 파도를 탈 수도 있다는 걸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계속해서 너와 나의 사이를 소중하고도
조심스럽게 가꿔야 한다
너를 사랑하는 만큼의 노력으로

(허물없어지는 것과 예의를 지키지 않는 것을 혼동해서는 안 되는 걸거다)


Posted by duun

nightmare

2009. 4. 14. 00:31

마음의 상태에 몸이 반응하고
몸의 상태에 뇌가 반응한다

나흘째 악몽을 꾸고 있다

소스라치게 놀라 깨고 나면
악몽 속에서 실제로 살다 돌아온 듯
몸과 마음이 엉망이 되어 있다

이젠 잠 들기가 겁이 난다

깨어 있을 때도 아픈데
잘 때만이라도 좀 편하게 해주면 안돼요

잠을 자며 힘들어야 하나 잠을 못 자고 힘들어야 하나
물론 고민이 되진 않는다
난 어쩔 수 없이

또 다시 꿈을 꿔야 할 시간이다

Posted by du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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