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에 등단하여 2001년에 낸 단편 소설집.
우리 뇌의 인식이라는 게 재밌어서
1999년, 하면 '헉 엄청 옛날이네'하면서 2001년이라고 하면 '얼마 안 됐네'라고 생각한다
(아마 빠른 정보처리를 위해 숫자를 집단으로 묶어서 인식하는 것이겠지만 막상 그 결과물만 놓고 보면 딱히 합리적이라고 할 수 없는)
20세기가 21세기로 되고, 1900년대에서 2000년대로 훅 점프하던
그 날이 아직도 생생히 기억나서일까
어린 마음에 밀레니엄 버그니 Y2K니 하는 것들에 겁을 잔뜩 먹었던 기억 때문일까
앞자리가 2로 시작되는 년도는 매우 가깝게 느껴진다
어쨌거나 그래서 2001년도의 이 소설집은 최근 같지만 벌써 9년 전에 나온 책이다
이 책을 통해 처음 접한 윤성희 작가는 2004년과 2007년에도 각각 소설집을 냈다
그 작품들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이 책의 소설들은 나에게
모두 죽음의 이미지였다
주인공들은 계속해서 어둠을 향해 걸어 들어가는 느낌이었다
그들의 행동은 삶에 의미를 두지 않는 듯했고
딱히 죽음을 기다린다고는 할 수 없지만
늘 가까이에 거대한 어둠을 예비해놓는 기분이었다
해설자의 말처럼
'그들은 그늘에 핀 작은 꽃들처럼 다만 존재하는 데도 힘이 들어 보인다'
문득 세경이에게 끝내 희망을 허락하지 않았던 김PD님이 떠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