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스타 (MBC, 2010년 1월 4일 ~ 2010년 3월 9일, 연출 권석장, 극본 서숙향) 


사진 참
쉪과 붕어처럼 나왔다

사람들은 이 드라마를 보며
둘 연애의 간들간들함(표준어 맞남?)에 심장이 펄떡펄떡 뛰거나 아예 녹아버렸다는데
그건 잘 모르겠고
그냥 난 둘의 솔직함과 깔끔함이 좋았다

연인의 옛 애인을 알고도, 나와 다른 매력의 라이벌이 등장해도,
지저분한 술수라든가 쓸데없는 심각함 같은 것 사용하지 않고
사방의 모두가 적이 되고, 혹은 바로 앞의 상대가 적(유경이 유학 사건...쉪을 갖고 놀더만! 물론 쉪이 유경이의 적이었을 때도 엄청 많.. 주방에선 대부분?)이 되어도
둘은 참 솔직했다

그건 상대를 사랑할 뿐만 아니라 자기 자신도 그 못지않게 사랑하기 때문에 가능한 거라 생각한다
솔직할 수 있다는 건 내 마음을 안다는 것이고
내 마음을 안다는 건 내 안을 열심히, 자세히 들여다봤다는 것이고
그건 바로 스스로를 아끼고 소중히 한다는 것이니까


일하는 토끼가 사랑도 한다는 서유경은
어느 주방에서든 열심히 일하고 즐겁게 사랑하고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언젠가는 마음 착하고 어리바리하지만 소리만은 잘 지를 것 같은 쉪이 되어 있을 것이다
요리 앞에서만큼은 누구보다 가장 올바르고 진지한 가치관을 가지고서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조연들 각자의 얘기가 많이 다루어지지 않고
그래서일까 캐릭터가 대부분 비호감이었던 것

이하늬는 단 한 번도 최현욱의 마음을 흔들지 못하고
국내파는 매일 불평하고 쉪 욕하는, 열등감과 아집의 인물들로만 나오고
(부주는 점잖은 척 가만히 있으면서 실은 국내파들의 맘에 안 드는 행동을 모두 결정했고)
이태리파는 "난 우리 쉪 말만 들을꼬야"같은 꼬마애들처럼 빈정대기만 하고
쫓겨난 여자 3인방도 쉪에 대한 분노를 표출하며 늘 투덜대는 모습만 나오고
(이들은 그냥 라스페라 빈자리 생길 때마다 채우려고 (PD가) 이용하는 보루 같았어)
설 사장도 코믹적 요소를 위한 인물이었겠지만 왠지 정이 안 갔고
유경이 아부지는 후반부는 괜찮았지만 처음엔 맨날 아들만 챙기고 딸 비하하고

조연들의 얘기도 적당히 나왔다면
매력있는 캐릭터들이 많이 나왔을 것 같은데 좀 아쉽다
미니시리즈이기 때문에 두 주인공에 초점이 맞춰질 수밖에 없다고 하기엔
너무나 멋지게 조연들의 이야기까지 그린 드라마들이 있다
대표적으로는 아예 '00의 이야기'라고 조연마다 한 꼭지를 내준 그사세
연애시대 또한 지호 준표 외에도 주인공들이 사랑한 다른 사람들, 하다못해 여섯 살 은솔이에게까지 나름의 이야기가 있었다

어쨌든 '파스타'라는 제목에 걸맞게 파스타를 연출한 솜씨는 마구 인정
이제 나는 스파게티는 알리오 올리오 밖에 먹지 않는다
알리오 올리오라고 발음하기만 해도 유경이의 프라이팬 스냅이 떠오르며 군침이 돈다

알리오 올리오를 먹을 때 입술 가득 번들번들한 기름과는 정반대로
참 담백한 드라마였다는 생각이다





Posted by du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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