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결혼하고 싶은 여자 (MBC, 2010년 1월 20일 ~ 2010년 3월 11일, 연출 김민식 이상엽, 극본 김인영)


그토록 결혼을 하고 싶어하던 다정이는 앞으로
자신을 마땅찮아 하는 시아버지와
남이라면 밥을 열두 번도 더 사줬어야 하는 부탁들을 뻔뻔스럽게 요구하는 시누이,
게다가 내 입장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이해하지 못하는 남편(이 가장 견디기 힘들 듯)과
조화롭고 평화롭게 잘 살 수 있을까?

어떤 사람을 만나더라도 넘어야 할 장애물은 있는 거라고
부기씨는 쿨하게 말했지만
저렇게 답이 안 나오는 장애물을 다정이는 과연 슬기롭게 넘길 수 있을까?

가슴이 답답했다
아귀찜 함께 먹으러 갈 사람이 없는 외로움과
툭하면 "시집 언제 가니"라는 말을 "너 회사 언제 그만두니"라는 뜻으로 해대는 선배에게 받는 서러움,
이 세상에 나를 사랑해주는 남자가 하나도 없다는 슬픔은

결혼 후

더 이상 나를 중심으로 생각하고 배려해주지 않는 남편에 대한 원망,
시댁식구와의 갈등으로 인한 답답함,
남편이 나 아닌 다른 여자를 만나는 배신감,
자식이 내가 원하는 대로 살지 않는 데 따른 속상함

으로 대치된다

결혼이 지상 최대의 과제이고 행복의 입구이며 인생의 해답이라 여겼던 다정이에게
결혼 후에도 인생의 어려움은 계속된다, 오히려 배가된다

그 고민들을 모두 비켜간 듯이 보이는 게 신영과 민재의 사랑
그래서일까
열살 연하와의 달달한 로맨스를 펼치는 신영에게 유독 감정이입이 안 됐다
신영이는 회사에서 일하면서 선배에게 치이고 부국장에게 항의하고 동료들을 다그칠 때가 가장 현실감이 느껴졌다

신영이는 민재에게
너는 스물넷이기 때문에 마음이 부는 대로 움직이고 사랑이 오면 사랑을 하고 내일이 없을 것처럼 뜨거운 오늘을 살 수 있다고 말하지만
정말 그렇게 살고 있는 건 이신영 자신이다
스물넷처럼 살면서도 끊임없이 자신의 나이를 되새기며 자기 자신을 제약하고
자기 마음을 힘들게 하면서 그게 현명한 결정인 양
날 설레게 해줬어서 고맙다며 애써 현재를 과거로 돌리려는 신영의 미소는
가짜다


그래도 어쨌든
서로를 계속 생각하고 기다리는 현재진행형의 결말은
드라마 속 신영의 입장에선 가장 현실적이었고

대학생 아들을 둔 상미와 또 거의 열살 연하인 상우의 로맨스는
왠지 모르게 다음 이야기가 기다려지는 에피소드였지만
마지막에 또 결혼 이야기가 나오니 한숨이 지어졌고...

부기는 여전히 쿨하고 멋지게
자신의 방법으로 자기 자신을 소중히 하며 살 것이고
(사람들은 부기같은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 부기처럼 살고 싶다라며 부러워하지만
모두가 부기처럼 살아야 행복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누구나 자신만의 행복을 찾는 방법이, 스스로가 가장 잘 아는 그 길이 있다고 생각한다)

결혼 후 내가 가장 응원하게 된 다정이는
임신으로 흐지부지 문제를 덮어두지 말고
마음만은 착하고 바른 반석씨와 서로 인내심을 갖고 오랜 대화를 통해 
현명하게 문제에 대처하며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이러쿵저러쿵 해도 사실은
발랄한 분위기와
앞으로 내게 닥칠 미지의 세계에 대한 궁금증과 호기심으로
서른넷 세 여자의 삶을 마음껏 엿보았던 재미

즐거웠던 두 달이었음 꺄오





Posted by du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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