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 5월, 광주. 그리고 1980년, 한국.
그 끔찍했던 달, 그리고 끔찍했던 해.
왜 우리는 그런 일을 겪어야만 했던 것일까?

이 책을 읽으면서 '도대체 왜 광주에 이런 짓을?'이라는 의문에 대한 답은 얻었다.
그렇다면, 왜 우리 역사상 전두환이라는 인물이, 그러한 군부세력이 등장하게 된 것일까? 여기에도 필연적인 이유가 있는 것일까? 박정희의 흐름을 타고? 아니면  미국의 말처럼 한국 국민(정확히 말해 지도부)은 당시 민주주의를 받아들이기에 부족했던 걸까?

 이 책이 전두환 정권을 비판하는 논조로 쓰인 것은 인정한다. 또한 '논조'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받아들이는 사람의 인식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도 안다. 하지만 만약 전두환 정권을 긍정적으로 묘사하는 글을 읽었더라도 그에 공감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논조'로 인식을 바꾸기엔 그 안의 진실이 너무나 크고 끔찍하다.

 전두환을 위시한 군부세력은 한국 역사에 어떠한 발전도 가져다주지 않았다는 생각이 든다. 그들은 국민들의 귀와 입을 막고 오직 더 큰 권력을 탐했을 뿐이다.
 
 이 책에 나오는 전두환 정권의 언론 탄압과 통제를 살펴보면 두 가지 생각이 든다. 첫째는 이만큼 언론에 공을 들인 것을 보면 그만큼 언론이 중요한 것이겠지 라는 생각이고 둘째는 무섭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그보다 더 무서운 것은 과거가 과거로 끝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당시 현대건설의 사장으로서 권력의 중심부에서 이 모든 것을 지켜본 이명박 현재 대통령은 그 길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언론 장악의 과정은 좀 더 유해졌을지 몰라도 그 본질은 같다.
 
 앞서 말했던 '왜 광주에 이런 짓을?'에 대한 답은 이렇다. "보수 제세력간의 격렬한 정치투쟁에서 비록 확연한 우세를 견지하고는 있지 않았지만 군부에 강력히 저항하는 김대중계와 재야세력의 연합이 강력했다고 생각했고, 전두환 군부 세력은 그에 따라 정치권력을 장악하기 위한 승부처로 호남을 선택, 그중에서도 끈덕진 저항의 역사를 가지면서 경제력에서 약하고 역사적 투쟁에서 좌절과 처절함, 그리고 체념을 익힌 전남 광주를 지목한 것이었다."
 게다가 " '적의 창출' 효과를 통해 국민들을 통합시키기 위해, 그전까지 반공의 자리였던 곳에 호남배제 지역감정을 만든 것이다. 나치즘을 통해 독일인을 동원할 때도 반유태주의라는 보조적인 감정을 이용한 것과 마찬가지다. 그렇게 비호남, 특히 영남을 결집했고 더 나아가 호남을 김대중과 등치 시켜 호남을 제외한 모든 지역의 호남에 대한 반감을 자기들을 위한 안전판으로 활용하였다."

 몇 년 전에 5.18 당시 군인과 시민군을 소재로 썼던 소설을 읽은 기억이 난다. 수십 년이 흐른 뒤 군인이었던 사람은 가해자인 동시에 자신의 폭력과 광기에 대한 기억으로 여전히 괴로워하는 피해자였고 시민군 역시 피해자인 동시에 가해자였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어느 한 쪽을 쉽게 비난하거나 쉽게 동정하기 어렵다. 확실한 건 그날이 그 자리에 있던 모든 당사자들에게 되돌릴 수 없는 끔찍한 시간이었다는 점이다. 그 상황을 만들고 지시한 사람들은 광주가 아닌 서울에 있었다.

 강풀의 '28년 후'라는 만화를 봐봐야겠다.

Posted by du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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