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0

2009. 10. 22. 23:50


1.
평소에 그리 좋게 생각하지 않았던 다른 사람들의 특정 생각을
똑같이 따라하고 있는 날 보며
조금 당황스럽기도 하지만
이제 그 사람들을 약간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으니
이해력이 늘었다고 좋아해야 하나

예를 들어
애인이 곁에 있어주지 못 하는 데 따른 힘듦같은 거
전혀 공감하지 못했어
서로 사랑하는 마음만 있다면 자주 못 보는 게 무슨 대수랴 싶었다고
그 정도는 서로 이해할 수 있는 거라 생각했어
연인들이 매일 만나는 거 난 그냥 그랬어 자기 생활도 좀 있어야지
근데 이젠 좀 알 것 같아 함께 있는 게 얼마나 큰 건지
이건 장거리 연애 얘기가 아냐 그건 성격이 달라
같은 공간에 있을 때의 얘기야


2.
내가 말이 늘었어 아니 글이 늘었다고 해야하나
이렇게 주절주절 쓰는 일이 별로 없는데
그러고보니 난 이제 일주일에 글 4편의 세계로 다시 들어가야 해 내일부터


3.
지금 나는 속이 안 좋아
어제 먹은 게 얹혔거든
아침에 속을 비워냈는데도 여전히 별로야
우연이겠지만 은희경씨 소설을 보면서
내 치부를 들킨 것 마냥 속이 싸 하면서 답답했거든
시험문제가 토나온다고 시험 도중에 진짜 토 한 사람얘기가
생각났어 우연이겠지만


4.
나와 너무도 닮은 그를 보면
마치 내 마음을 그대로 옮기는 듯한 그의 얘기를 들으면
난 '나도 그런데'라는 백프로의 공감밖에 해줄 게 없어
나도 똑같이 그 웅덩이에서 허우적대고 있기 때문에
잡아 이끌어 올려 줄 수가 없어 마음이 아파
내 일을 보는 것 같아서 다른 사람 일처럼 객관적이고 이성적인 눈을 할 수가 없어
서로가 너무 똑같다는 건
완벽한 이해는 가능하지만
새로운 관점을 제시할 수 없다는 점에서 약간 슬픈 것 같아


5.
내가 이렇게 주절대는 걸 보니 어쩜 마음이 좀 허한가 봐
그에게서 문자가 안 와
이런 거 싫었는데
연연해하는 거 정말 싫었는데
어쩔 수 없는 거라면 좀 더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싶다

그의 하루 일과, 스케줄 같은 거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며 안 물어보지만
전화를 끊으면 궁금했어
하지만 그 다음에도 안 물어봐 사소한 거라 여기니까
(아 지금은 안 그래)

핀트가 살짝 아니 많이 안 맞았던 나의 부족했던 여성학처럼
내가 쿨함이라고 생각했던 것도 어쩌면 한 삐끗한 쿨함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네 문득
어쨌든 버리겠다고


6.
돈 여가 안정 사회적가치 -일 선택의 네가지 기준


7.
난 사람에게 있어서 연역적이야
그 사람을 믿으면 그에게서 나오는 모든 것을 믿어
그의 말 행동 취향 가치 모두를 비판없이 받아들여
물론 그를 믿게 되는 과정은 귀납적이겠지?
하지만 이제 그 과정은 생각나지 않고 내가 그를 믿는다는 결론만 남아
그가 내 믿음을 배반하지 않는 한 난 평생 그에게 엄청난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을 것 같아


8.
(마지막이야)
난 어떤 일의 '타당한 이유'와 '의미'를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해
가끔은 타당한 이유가 없는 일이라도 충분히 가치있을 수 있고
의미없는 일을 하다가도 그 안에서 의미를 찾을 수도 있을텐데
그 둘이 없으면 시작하질 않아 할만한 가치가 없다고 치부해버려

근데 두 개를 중요시하는 이유는 좀 달라
타당한 이유를 찾는 이유는
내 행동에 대해 다른 사람들이 꼭 납득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야
어렸을 때부터 어떤 일을 하더라도 속으로
누가 이걸 왜 하냐고 물어보면 뭐라고 하지? 라고 늘 생각했어
타당한 이유를 댈 수 없는 일을 하는 건 왠지 내가 부끄러웠어
이건 어떻게 보면 내 마음 속 두려움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
내 행동에 대한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신경쓰는 두려움
벗어버려도 되겠어

의미를 찾는 건
아무래도 이건 내 본성인 것 같아
난 의미있는 일이 좋아 그게 의미가 있으니까

얼핏 보면 타당한 이유와 의미가 비슷해보이겠지만 잘 보면 매우 달라


9.
(정말 마지막으로)
소피..쿠..로스......? 어떤 철학자는 말했어
인생이란 건 의미없는 삶에서 의미를 만들어나가는 거라고


10.
(...)
그에게 먼저 문자를 했고 바로 답이 왔어
내가 먼저 다가가면 되는거야 그에게로 내가 달려가면 되는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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