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간은 서먹한 사람들과의 술자리는
단순해서 오히려 즐겁다

서로에 대한 기초정보 수집 정도의 질문으로
묻는 사람도 대답하는 사람도 큰 부담 없고

시시껄렁한 농담 따먹기 등은 웃고 떠들기에 제격이고
그 중에 입담이 센 사람이 있다면 끊이지 않고 하하호호

술기운은 나를 무장해제 시키고
평소보다 조금 더 힘이 넘치는 나는
거침없이 말하고 큰 소리로 웃어제낀다


하지만

이런 술자리에서 우리가 서로에 대해 알 수 있는 건
결국은 겉껍질 뿐
그 사람의 내면의 생각, 느낌, 가치, 태도 등은 거의 알 수 없어 간접 예측 정도?

이런 자리가 몇번이나 반복되어야 우린 서로의 내면을 알 수 있을까?
아니 반복되면 서로를 더 깊게 알 수 있긴 한 걸까?
지금과 같은 종류의 즐거움은 서로를 잘 모르기 때문에 생길 수 있는 걸까?

그 사람에 대해 더 깊게 알 수 있기 위해선 일대일 정도의 소수 만남이어야 할 텐데
반대로
웃고 떠들고 흥분하는 술자리의 즐거움은 사람이 많아야 커지는 걸 테고

각 만남에서 느끼는 즐거움의 종류가 조금 다른 거 같아
전자가 마음이 가득해지는 충만함으로 인한 잔잔한 호수와 같은 즐거움이라면
후자는 마음이 들썩들썩 엔돌핀의 과대분비 힘찬 파도와 같은 즐거움이랄까

지금까지 나는 전자의 즐거움만을 주로 맛봐왔고
또 그 쪽이 나를 더 행복하게 해주긴 하지만
요새 들어 후자 쪽을 새로이 경험하며 그 가치를 느끼고 있는 듯 하다

뭐, 다 좋다
이쪽 저쪽 여러 즐거움을 만끽하고 그로 인해 행복할 수 있다면

이제 균형을 잘 맞추는 게 좋겠다


Posted by du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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