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답게 하자, 를 주문처럼 되뇌었다.
스스로 충분치 못한 준비라 여겼기에 더 떨렸을 거다.
약속한 내담자가 십 분 늦게 오는 바람에
십 분 동안 출입문이 열릴 때마다 두근두근.
역시나 처음 라포 형성이 참 어렵더라.
아니, 실은 라포 형성에 대해 생각도 못했다.
검사 결과를 해석하는 데에만 집중해
내담자와 눈을 맞추고 검사 외에 무슨 얘기부터 시작해야 할지 준비할 생각조차 못했다.
그래도 열심히
아는 거 들은 거 배운 거 모두 끌어모아
말하고 묻고 듣고 생각하고 있자니
와아 내담자가 내 말을 놓칠세라 경청하는 거다.
그것도 모자라 녹음을 하고 싶다며 탭을 꺼낸다.
내 말에 열심히 고개 끄덕이고 골똘히 생각하는
열의 있는 내담자를 만나서
덕분에 나도 몰입해서 신나게 했다.
분명 준비가 부족한 부분이 있었고
도중에 더 끌어내야 하나 싶었던 내담자의 고민에 잘 대처한지 모르겠지만
그는 첫 내담자로서 훌륭했다.
내게 용기와 몰입을 선물해 준 나의 첫 내담자.
두 번째 검사해석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