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블로그 배경을 바꿔 보고 싶은데 익숙한 것을 버린다는 게 쉽지 않다. 나는 여기 길들어버렸다. 이 틀 안에서 글의 내용을 떠올리고 글의 길이를 가늠한다. 영화 <은교>에서 시인이 말했다. 가구들도 오랜 시간 한 자리에 있으면 거기에 뿌리를 내린단다. 내 글들도 이 틀 안에 뿌리내렸을까. 내 인생의 중요도 순위에서 적어도 50위권 안에는 들지 않을 것 같은 블로그 배경 하나 바꾸기도 이리 어렵니 원.
2. (주)나라인포**에서 나온 맞춤법 검사기를 사용해보면, 종종 맞춤법에 틀리진 않으나 더 좋은 표현이 있는 문구를 알려주곤 한다. 대체로 일본어나 영어 등의 번역 투 표현일 경우가 많은데 '~의', '~도' 같은 조사의 사용이 과하거나 쓸데없는 사동·피동 표현이 나오는 경우도 지적의 대상이 된다.
그럴 때면 대부분 '아, 이 표현이 문법적으로 더 좋은 거구나.'라며 고치지만, 가끔은 수정 후에 내가 표현하려는 뉘앙스가 묘하게 달라져 고민될 때가 있다. 예를 들어, 이전 글에서 '되도록이면 → 될 수 있으면, 드라마틱한 → 극적인, 독자 입장에서도 → 독자로서도' 같은 것들이다. 전혀 뜻이 다르다고 할 순 없지만 정말 미묘한 차이라고밖에 할 수 없는 이유로 나는 앞 단어들을 글에 넣어야 한다.
그래도 지금까지는 주로 권장하는 표현으로 바꿔왔는데, 이게 반복되다 보니 슬그머니 반발심이 생기는 것 같다. "흥, 어쨌든 기계 주제(?)에 내가 표현하려는 뉘앙스를 네가 알아?" 그렇지만 생각해보면 이것들도 내 언어 습관인 것 같다. 처음엔 어색해도 더 좋은 표현을 써 나가면서 익숙해지는 게 좋겠지. 앞으로도 계속 조언 구할게. 늘 고마워. 진짜야.
3. 내일은 내 홍채에 구멍을 낸다. 처음에 누군가 무시무시한 말투로 이 얘기를 했을 땐 정말 기겁을 했는데 얼마 후 안과 선생님이 아무렇지 않게 얘기하니 또 나도 아무렇지 않은 것 같다. 그냥 수술의 과정인가 보다 한다. 눈 안에 렌즈를 넣는다는 것도 마찬가지. 찌아요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