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한마디야!
나도 프로야 작품 나가면 주감독 이름만 나가? 나도 내 이름 나가
그까짓 스타디캠 젠장 나 그거 메고 사막에서 열시간도 굴러본 놈이야 선배님 힘드신데 죄송하지만 한 번만 더 가겠습니다, 내가 그 말만 들었어도 했어
자기 이름 걸고 일하는 프로가 힘들다고 일 안하냐?
일하다 보면 엔지 백번 천번도 나지 근데 주감독 넌 그때마다 어쨌냐?
미안하다 죄송하다 말 한마디 했냐? 나한테도 내 밑에 있는 애들한테도
내가 내 밑에 있는 애들한테는 아버지야 근데 걔들 앞에서
말 한마디 하는데 몇시간 걸려? 애들 해외라고 기분 들떠있다고 뭐라할 게 아니야
술 한잔 먹여주고 야 술마신 대가로 날밤이다 그러면 애들 군소리 없이 날밤 새
왜냐 걔들도 프로니까 자기만 프로가 아니라고
이 때 나는 처음으로 프로가 되고 싶었다
내 일의 프로페셔널으로서
'나도 프로야'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으며
프로와 프로가 만나 멋지게 일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처음으로 했다
삼미 슈퍼스타즈 때문에
'프로'라는 단어에 너무 부정적인 시선을 갖고 있었기 때문이리라
거기와 여기에서의 프로는 다른 의미다
내 일에 대해서 자부심을 갖고
일을 할 때만큼은 프로로서 확실하게 하는 것
결과가 꼭 완벽하고 최고가 되어야 한다는 게 아니라 그 마음가짐,
일을 소중히 하고 또 완벽하게 하고자 하는 마음가짐이 중요한 것이다
내겐 어쩌면 그사세 중의 최고 명장면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