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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습니다 (MBC 2007년 3월 21일~2007년 5월 10일 이재동 연출, 이경희 극본)


평이 좋았다

가족의 의미를 되새겨 볼 수 있는 드라마
에이즈라는 어두운 병이 나오지만 밝고 감동적인 드라마,
게다가 상두야 학교가자, 미안하다 사랑한다를 쓴 이경희 작가의 작품이래고

기대가 컸던 탓일까
한 번 드라마를 시작하면 나도 어찌할 수 없이
며칠 내에 끝장을 보게 되는 내가
굉 장히 오랜 기간에 걸쳐 하나하나 보았다
(물론 한 회 한 회를 음미하려고 그런 건 아니고.. 보다가 중간에 자려고 끈 적도 있었다
이건 내 드라마 시청 사상 유례없는 일이라구!)

너무 오랫동안 걸쳐봐서 앞부분이 잘 생각이 안 나는데
앞부분을 더 재미있게 본 것 같다
왜 봄이 아픈 거 안 나오지 하면서

사실 나한텐 이 드라마를 보게 하는 8할이 봄이였다
봄이 같은 딸이 있어서 영신인 참 행복하겠다 했다
물론 영신이 이기 때문에 봄이가 봄이 같을 수 있었던 걸 게다
에이즈 걸린 봄이와 치매 걸린 할아부지로 인해 힘들고 마음 아프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봄이와 할아부지 때문에 행복하고 살아갈 힘이 생기는 영신이의 모습이 짠했다
그래, 그런거지 하면서

어쨌든
하지만
내가 이 드라마를 삼일에 한 회를 봤든 보다가 중간에 졸려서 껐든
그 모든 걸
마지막 부분이 모두 감싸안을 수 있게 해준다

할아부지가 마지막 가시는 길에
온 동네 주민들에게

봄이가 에이즈인 걸 알고 제일 먼저 달려와 봄이네를 소리쳐 내쫓았던 밉상 아주머니에게도
봄이의 에이즈가 할아부지한테 옮아 그게 자기 엄마한테 옮을까 봐
치매 걸린 할아부지를 혼자 방 안에 가두는 멧돼지 똥따까리한테도
영신이가 천금같은 봄이보다 지선이를 먼저 구해줬음에도 절대 자기 딸을 봄이랑 놀지 못하게 하는 지선 엄마에게도
치매 걸린 할아부지를 마음으로 좋아해주고 맛있는 거 먼저 먹이고 싶어하고
노래 불러주고 무릎 베개해주는 첫사랑 소녀의 마음을 간직한 전원주 아줌마에게도
영신이 꼬시다가 치매 걸린 할아부지 못 모시겠다고 뻥 차버린 이장 아저씨에게도
봄이를 악마라고 부르며 돌을 던진 태창이에게도
봄이네 일을 늘 자기 일처럼 걱정해주는 간호사 언니와 돌팔이지만 늘 진심인 보건소 의사 쌤에게도
자기 자식의 앞날만을 위해 손주까지 내팽개치고 영신이를 짓밟던 '부처님'에게도
그리고 이제는 그의 따뜻한 마음을 알아버린, 영신이를 사랑해주는 의사 '형'에게도

할아부지의 초코파이를 하나씩
그야말로 온 섬에 사랑을 흩뿌리고 가셨다

영신이는 할아부지가 아부지를 그리고 아부지가 영신이를 또 영신이가 봄이를
잘못 가르친 거라고
그렇게 늘 양보해주고 용서해주고 이해해주도록 가르치는 게 아니었다고
고래고래 소리 치지만

결국 할아부지의 사랑으로
또 아부지와 영신이와 봄이의 사랑으로
푸른도는 다시 제정신을 찾고 사람 사는 곳이 되었다

마지막 초코파이가 예술이야
(신구 할아부지 오래 건강하게 연기해 주세요)

그리고
이경희 작가는 이런 말을 하고 싶었던 게 아닐까 싶다
에이즈에 걸린 사람도 비혼모도 혈육으로 맺어지지 않은 가족도,
그들은 그저 다를 뿐이라고
우리의 사회적인 편견, 선입견, 잘못된 시선이 그들에겐 무언의 폭력이라고
그들은 틀린 삶을 사는 게 아니라 그저 다른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이라고







Posted by du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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