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와의 시작에서 나는 강한 사랑을 하겠노라 다짐했다. 그 마음처럼 강한 사랑을 했기에 지금 여기의 우리가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한 건 많은 시간과 많은 말들 앞에서 꾸준히 노력했다는 것이다. 평소의 나는 종종 쉽게 포기하고, 자주 자동적으로 비관적인 생각을 하며, 대체로 부정적인 방향으로 일반화시키는 경향이 있다. 그 때문에 놓친 수많은 순간들을 떠올리면 그저 아득해질 뿐이다. 그렇게 과거의 실패를 되새기며 사랑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 이제는 사랑에 빠지는 것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는 걸 안다. 마음이 어디로 움직이는지는 내 소관이 아니오 라며 내 감정을 손놓고 방관할 만큼 무책임하지도 않다. 그러나 스스로 강해지자는 다짐이 가끔은 상대에게 강함을 요구하는 어리석음으로 변질되기도 했다. 그와의 적당한 선을 유지하려는 마음과 나의 깊은 치부를 보여주고 어루만져지길 바라는 욕구 사이에서 헤매기도 했다. 우리의 관계는 분명 시간의 흐름에 따라 변해왔다. 특정 시기의 우리를 이후에 그리워하기도 하고, 어느 시기에는 당시 우리의 관계가 완벽하다고 느끼기도 했다. 그리하여 지금 우리는 이 곳에 왔다. 여기에서 나는 그와 함께 서로의 등을 토닥이며 말하고 싶다. 지금까지 잘 해왔다고. 

Posted by du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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