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몽상

내가 좋다

duun 2009. 2. 8. 22:11


나는
 
내가 단지 노래만으로 이렇게까지 완벽하게 사람을 좋아할 수 있는 게 좋다
좋아하는 그를 만나러 가기 위해
비록 그는 내 모습을 보지 못하더라도
평소보다 두배 넘는 시간동안 머리를 만지고 입술을 칠하고 구두를 신을 수 있는
내가 좋다

그 사람의 목소리와
그 사람의 기타 소리와
그 사람의 감성으로
그를 좋아할 수 있는 내가 좋다
그가 보았던 풍경과 걸었던 길 위 그 자리에 가보고 싶어하는 내가 좋다

혼자라도 아니 혼자여서 더욱
내 몸 전체가 음악과 그들에 녹아들어 세밀한 부분까지 모두 느끼고 즐길 수 있는 내가 좋다
누군가와 함께라면 또한
그와 나의 세계에서 즐거운 공간과 공감을 나눌 수 있는 내가 좋다

나에게 멋진 선물을 하기 위해 마음을 써주는 친구를 둔 내가 좋다
그의 이야기를 듣고 내 이야기를 하고 생각을 나누고 마음을 나눌 친구와 함께인 내가 좋다
'꿈'이라는 단어를 어색하지 않게 발음하며 말할 수 있는 친구가 있는 내가 좋다
부족하고 못난 모습만이 아니라 멋지고 괜찮은 모습을 더 많이 보아주는 친구가 있어 내가 좋다

나와 다르더라도 그를 거부하지 않는 내가 좋다
마음으로까지는 못하더라도 그를 이해하기 위해 애쓰는 내가 좋다
나와 상관없는 사람이라도 유심히 바라보는 내가 좋다
내가 받고 싶지 않은 상처를 다른 사람에게 주지 않으려 노력하는 내가 좋다

자주 그리고 많이 읽지는 않지만 늘 보고 싶은 책이 많은 내가 좋다
다양한 음악과 뮤지션들을 접하진 않지만 좋아하는 노래를 들으며 마음을 씻는 내가 좋다
책상 한 귀퉁이에 언젠가는 보고 싶은 영화 리스트를 적어 놓는 내가 좋다
커피와 담배를 즐기진 않지만 그들의 멋과 여유를 생각하는 내가 좋다

멋진 사람을 만나기 전에 내가 멋진 사람이 되어야겠다 마음먹는 내가 좋다
누군가를 사랑하기 전에 누군가를 받아들일만한 마음을 준비하려는 내가 좋다
만남의 끝과 헤어짐은 아팠지만 그 시간을 소중히 여기는 내가 좋다

자주 꿈같은 생각을 하고 가끔 무모한 일을 저지르는 내가 좋다
딱히 고치지는 않지만 내 못난 모습도 눈 똑바로 뜨고 보려는 내가 좋다
가끔 나 자신에게 선물을 할 수 있는 내가 좋다

이 세상 어딘가에 가끔 날 생각해주는 사람이 있는 내가 좋다
그들에게 가끔 손으로 쓴 편지를 부치기 위해 우체국에 가는

내가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