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몽상

2월 6일부터 16일까지의 시간들

duun 2012. 2. 17. 20:41

길고 긴 2주일이었다.
그래도 걱정했던, 아니 진심으로 두려워했던 거에 비하면
기간이 잘 지났고 내가 잘 지냈다고 생각한다.
 
퇴사 생각을 하며 심정적으로 제일 힘들었던 게 마무리였다.
나는 끝을 너무 무서워하는 사람이라서.

그래도 막상 부딪치고 나아가다 보니 그럭저럭 잘 했다는 생각.

고마운 분들, 죄송한 분들, 아쉬운 분들께
메일(무려 국내 147분, 해외 21분 해서 총 168분께나 인사를 드렸다 헉)로
또 전화로, 그리고 직접 찾아뵈며 인사를 드렸다.

많은 분들이 섭섭해하고 또 응원해주시며
춥고 배고프고 목마를 때 찾아오라 해주셨다.
시간을 내어 긴 얘기를 듣고 해주신 분들도 있었다. (특히, 인재개발팀장님께 진심으로 감동 및 감사)

막상 떠나려니 그동안 잊고 있던 주변의 소중한 인연들이 보였다.
조금 더 일찍 이러한 인연들을 내가 찾아 손 내밀었다면
좀 더 즐겁고 편안한 시간들이 될 수도 있었겠다 싶었고.
또 어쩌면 내 결정이 달라졌을지도 모르겠단 생각도 잠시동안만(!) 했다.

지금이라도 깨달은, 아니 어쩜 지금이라서 찾을 수 있었던
소중한 인연들을 앞으로도 잘 가꾸어 가야겠다고 다짐했다.
지금껏 그저 '인맥관리'라며 살짜쿵 부정적으로 보던 것들,
알고 보니 그 안엔 모두 마음이 있었다.
내게 마음을 보여주셨던 분들께 내 마음 또한 꾸준히 전하자 했다.
귀찮음 머쓱함 까먹음은 잠시 미뤄두고.

 


사진 제목은 '사랑스러우신(!) 대리님의 귀한 선물'
(송별회 날 넷이서 간 2차는 정말 즐거웠다. 그 조합 또 모이자고 졸라야지.)


이는 '감동적인 과장님의 마음 선물'
생각지도 못했던 분의 선물이라 더 감사했던 책과 편지.


그리고 '고마운 답멜들'
오전 시간 내내 마음을 담고 머리를 짜낸 메일을
어떤 차장님은 이렇게 칭찬해주셨다. "정확한 맞춤법, 뛰어난 문단 구성, 게다가 수미쌍관의 구조까지 갖추"었다고. (1g의 과장이 포함 되었지만, 회사에서 들은 어떤 칭찬보다 뿌듯했다.)

그 밖에 수없이 마신 페퍼민트 차와 티타임들, 메신저들
마음 속에 오래 저장되어 있으면 좋겠다.

비록 이제 이 자리는 빈 자리가 되겠지만,


'마지막 잎새'를 기억하는 사람은
몇 명쯤 있겠지 (...)


안녕, 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