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저 느림보

2017. 10. 27. 15:48

내게 특별했던 날짜를

나는 언제까지 기억할까.

함께 특별하게 여겼던 이들은

언제까지 기억해줄까.


추억은 모두 다르게 적히겠지.


날 좋던 날

자라섬에서 들은 선우정아의 노래는

이렇게 시작한다.


  만나는 사람은 줄어들고 

  그리운 사람은 늘어간다.


너무 좋게도 제목은 <그러려니>.


그리움을 지병처럼 여겨본다.

그러려니 하고.


에너지가 적어 자연스레 무심해지지만

미련이 없는 건 아니라서

아주 커다랗고 두터운 담요 아래

바람이 분다.






Posted by duun

복잡쿵

2016. 4. 12. 13:02


아직 생각이 정리되지 않은 일들이 있다

여러 상념이 오가고 마음이 복잡해진다


나는 마음이 늘 느리다고 생각해왔는데

그래서 지난 일에 대한 정리도 오래 미련도 오래라고


어쩌면 자기객관화의 부족 때문일지도

문득 가끔 자주 마음을 휘젓는 그 일에

자기객관화를 시도해봐야겠다



Posted by duun



나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

가끔 혼자만의 시간이 그립기도 하지만

나의 일상을 늘 그와 함께 나누는 일이 퍽 즐겁습니다.


어제는 결혼한 지 꼭 1년이 되는 날이었습니다.

우리는 1년 전 지금 무얼 하고 있었는지 상기하며 웃었고 

나는 그에게 우리의 결혼과 1년 간의 결혼생활에 대해 나누자고 했습니다.

내가 결혼했구나를 가장 실감했던 순간에 대해 얘기했고

그에겐 짧았고 나에겐 길었던 1년을 되돌아봤습니다.


그동안 우리의 공동생활에는 크고 작은 규칙들이 만들어졌는데

며칠 전에 새롭게 추가한 규칙은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30분 동안 따로 또 같이 산책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따로 또 같이란 함께 나가서 산책하되 조금 떨어져서 각자 자기만의 시간을 갖는 것입니다.

1년을 지나는 시점에서 만든 규칙으로서 상징성이 있지요.


지금의 마음으로는 우리의 관계에 부족함이 없습니다.

각자 자신의 한계나 단점은 있지만 관계에 영향을 주진 않습니다.

서로 잘 보듬어주고 스스로 나아질 수 있도록 돕는 정도가 최선이겠지요.

또 다른 1년 뒤, 2년 뒤에는 부족함이 없다는 이 글을 보며 어떤 마음일지 궁금합니다.


참, 우리의 결혼기념 선물은 무엇이었을까요.

바로 1년 동안 열심히 쓴 집을 깨끗이 청소해줄 청소요정을 부르는 것이었습니다.

운 좋게 무료로 요정님이 오셨습니다.

지난 번 크리스마스 선물인 카메라도 그렇고

우리 둘이 우리 둘에게 주는 선물은 무척이나 값집니다.

우리에게 가장 필요하고 가장 기쁜 선물이니까요.




Posted by du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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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1. 7. 17:04

오래 잠자고 있던 노트북을 손 본 후, 집안 생활의 파트 투가 찾아왔다. 창문을 타고 들어오는 한기를 피해 우리는, 창과 최대한 멀리 떨어진 곳에 나란히 앉아 각자의 노트북을 한다. 논문을 읽고 서칭을 하고 미드를 보고 강연을 듣고 웹툰을 보면서 각자의 피씨 생활에 몰두해있다. 같이 사용할 때는 크게 의식하지 못했는데, 나만의 컴퓨터를 갖는 건 역시나 무척 즐겁고 편안한 것이다. 물론, 거실에 있는 컴퓨터 한 대를 두고 오빠와 싸우던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이 우리는 평화롭게 피씨 자리를 주고 받았지만, 사용시간을 늘 적절히 분배하려 애쓰고, 내가 지금 쓸 데 없는 걸 하면서 자리를 차지하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에 피씨 사용처에 대한 자기검열을 놓지 않는 건 분명 신경 쓰이는 일이었다. 



Posted by du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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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7. 24. 09:57


비가 온다

빗소리마저 시원하다

창 밖의 비와 나무를 바라보며

오늘자 어쿠스틱 라이프를 기다린다


대개 그래왔듯이

지금 이 시간을 후에 돌아보면

당시의 불안 우울 슬픔 같은 건 흐려지고

휴식 자유로운 스케줄 낮잠 같은 것만 남겠지


기억은 예쁘다

아픈 것들까지 또렷한 것보다야 낫겠지만

글쎄 어찌 보면 좀 우습달까

겨우 살아내놓고 시간이 흐르면 그때가 좋았지 한다는 게

캐나다에서의 내가 행복했나

그런데 바쁜 아침 머리를 말리다가 문득 캐나다를 떠올리곤 한다

그리곤 마음이 솨아 누그러진다

 

그렇게 그런 것들로 살아가는 걸까




Posted by duun


요즈음은 내가 주로 좋고 멋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을 생각한다. 깊이 생각하고 분명하게 말하는 것. 나는 이를 '사려깊은 거침없음'으로 표현하고 싶다. 나는 그런 것들에서 멀어지기도 하고 가까워지기도 하는데, 결국은 그런 모습과 맞지 않는 천성이라는 생각이 강해지고 있다(특히 거침없이 말하기). 동경은 하지만 나에게 편안한 상태는 아닐 것 같달까. 예전 소왓 사람들의 자유로움을 보며 느낀 것과 비슷하다. 물론 그들의 물리적 자유로움이 꼭 정신적 자유로움으로 연결된 건 아니었지만, 당시의 나에겐 물리적 자유로움만으로도 동경하기에 충분했으니까. 어쨌든 나는 사려깊고 거침없는 사람들에게 매력을 느끼는데, 그게 내가 되고 싶은 모습인지 좋아하는 상대방의 모습인지는 아직 확실치 않다.


중혁작가가 글쓰는 과정을 보니, 쓰려는 내용이 분명히 있고 그걸 정확히 전달하기 위해 얼마든지 지우고 고치던데, 나는 내가 한 번 쓴 것은 지우기 너무 아까워하는 걸 보면 좀 멀었나보다. 일단은 배가 고프니 자야할 텐데 누워서 트위터를 켜지 않을 자신이 없다.



Posted by du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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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7. 18. 00:03


하루종일 혼자 있는 날

딱히 특별하진 않다


그동안 늦게까지 깨어있는 걸 못해서

맘껏 늦게, 새벽 두 시쯤 자야지 했는데

열한시가 되니 습관처럼 졸리다


오래된 친구처럼 정겨운

오래전 자주 듣던 음악가들의 노래를 들으며

그들의 근황을 검색하곤

여전히 음악 곁에 있는 모습을 보고 안심한다


날파리가 과일 껍질을 찾아오듯(여름은 날파리와의 전쟁이라 생각하는 주부가 되었다)

사람은 자기가 좋아하는 것의 주위를 돌며 살아간다

실은 내 경우엔 그런 자연스러움이 부러운 쪽이다



Posted by du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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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7. 15. 16:42


더워서 창문 15센치 열어놓고

반팔 입고 누워 있었더니

며칠째 오른편 어깨가 쓰라리다


그래서 최대한 입고 있을 수 있는 시간 만큼

긴팔과 긴바지로


일해야 되는데 집이 너무 더워서 못 하고 있다

해 지면 좀 나아지려나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깎이고 있는 일 의욕이 문제



Posted by du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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